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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체크 또 체크·TV 오락물 중단… "착오없이" 숨죽인 대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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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체크 또 체크·TV 오락물 중단… "착오없이" 숨죽인 대륙

입력
2015.09.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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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전쟁 선열 기리는 엄숙한 기간"

특별프로그램·역사물로 대체

항공기 200여대 에어쇼 예정

"혹시라도 비 오면 어쩌나" 조바심

파란 하늘 위해 공장들도 스톱

軍 정변·요인 암살 기도 우려에

장병·조종사 조상 행적까지 훑어

1일 중국 TV에선 오락물과 드라마가 종적을 감췄다. 우리나라 TV 프로그램‘아빠 어디가’의 중국판인 ‘바바취나얼’은 물론 ‘복면가왕’의 중국판인 ‘거서우스수이’등도 방송되지 못했다. 3일 열릴 ‘중국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따라 1~5일 오락물과 드라마 방영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항일 전쟁 당시 숨진 선열들을 기리는 엄숙해야 할 기간 중 오락물과 드라마는 적절하지 않다는 게 중국 당국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신 이 자리는 항일 전쟁과 열병식 관련 특별 프로그램이나 역사물로 채워진다. 드라마도 항일 관련 드라마는 허용된다. 특집 프로그램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열병식 당일 생방송이다. 행사는 3일 오전 10시 시작되지만 관영 CCTV는 오전 7시부터 현장 생중계를 할 예정이다. 열병식 행사에 초청받은 인사들도 오전 6시까지 톈안먼 광장의 지정된 자리에서 대기해야 한다. 당일 저녁 펼쳐 질 성대한 불꽃놀이도 생중계 된다.

중국 지도부는 하늘만 보고 있다. 무려 1만2,255곳의 공장의 문을 사실상 닫게 하고 9,000곳이 넘는 건설 공사까지 중단시킨 것은 물론 홀짝제 운행도 강행한 덕에 잿빛 독성 스모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1일 비가 내린데다 2일에도 흐린 날씨가 예보되고 있고 4일에도 비가 내릴 것으로 보여 3일 열병식 당일 날씨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3일엔 맑은 날씨일 확률이 높지만 구름이 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파란 하늘을 무대로 항공기 200여대가 현란한 공중 묘기를 펼쳐야 할 상황에서 구름은 최대 훼방꾼이 될 수 있다. 장가오리(張高麗)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지난달 31일 중국기상국과 베이징시 환경보호국 인사들과 ‘9ㆍ3 기념활동 기간 중 대기 오염 방지 및 공기 질 보장 공작(업무)’회의를 가졌다. 장 상무위원은 “당 중앙은 이번 기념활동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며 “관련 업무는 행사의 성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고 국가 이미지와도 관계되는 만큼 한 치의 착오도 있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중국 당국은 염려는 하늘뿐 아니라 열병식 참가 군과 행사 요원에게도 꼼꼼하게 미치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이 1일 중난하이(中南海)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군과 공안 당국은 열병식 핵심 구역에 진입하는 장병들과 전투기 조종사들에 대해선 8대조상의 행적까지 샅샅이 조사를 했다고 전했다. 신원조사는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관련 당국이 1차 신원 조사를 마치고 나서 열병식 총지휘부가 8월 말 재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외국 요인들의 경호원과 통역, 열병식 연회 서비스 요원들에 대한 신원 조회에도 이런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1, 2차 조사 과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문제점이 발견되면 즉각 다른 장병이나 요원으로 교체됐다.

중국 지도부가 열병식 참가 장병들의 신원 조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지난 2년간의 반(反)부패 개혁에서 고위 장성 100명 이상이 축출됐고 아직 상당수가 사정 대상에 올라 군의 정변과 요인 암살 기도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보쉰은 전했다.

중국 당국은 열병식 참가 지상 장병들에겐 실탄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열병식에 참가하는 약 200대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톈안먼 등에 고의 충돌할 수도 있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신원 조회에 더욱 철저를 기했다고 보쉰은 전했다.

한편 베이징 곳곳엔 중국의 국기인 붉은 오성홍기가 내 걸렸다. 톈안먼(天安門) 주변은 물론 주요 거리와 작은 골목까지 휘날리고 있는 오성홍기는 5일까지 계속 게양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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