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단원들 “정명훈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최근 예술감독직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정명훈 예술감독을 지지하며, 서울시향 발전을 위해서는 정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해 12월 박현정 전 대표의 직원 성희롱ㆍ폭언 논란에서 정명훈 감독의 고액연봉 논란, 업무비 횡령 의혹이 불거진 이래 처음으로 단원들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서울시향 단원을 대변하는 기구인 서울시향 단원협의회는 1일 서울시 세종로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상황에서 서울시향을 더욱더 발전시키고 서울시향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지휘자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라며 “지난 10년간 마에스트로와 서울시향 단원들은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었고, 이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단원협의회는 또 “서울시향 재단법인 10년이라는 현 시점에서 그 동안 부족하고 불합리했던 부분들을 재정비해 더욱 나은 오케스트라로 도약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현 과정에서 예술감독의 부재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30여 년의 선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경험이 있는 정명훈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명훈이 앞으로도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로서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향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발전위원회를 구성, 중장기 발전 계획 수립을 비롯한 조직ㆍ제도 재정비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정명훈 감독에 대한 검찰 수사 등 논란에 대해서는 “정명훈에 대한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비판은 그의 업적을 폄훼하는 동시에 서울시향의 성과 또한 폄훼하는 것이기에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순수하게 음악을 연주하는 예술인과 단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명훈 감독이 사의를 표하며 밝힌 이유 중 하나였던 전용 콘서트홀 건립에 대해서도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이 이룬 비약적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안정적 지원과 콘서트홀이 필요하다”고 지지를 표했다.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은 서울시향 단원 103명 전원의 뜻을 전달하는 것으로, 지난달 28일 정 예술감독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의를 밝힌 지 나흘 만에 나왔다. 이날 단원협의회를 대표해 성명서를 낭독한 박무일 서울시향 첼로 부수석은 단원들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배경에 대해 “서울시향이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 예술감독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히고, 서울시민이 서울시향 발전을 위해 도와달라는 의미를 담았다”며 “그동안 여러 구설수로 서울시향의 이미지가 실추됐는데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단원들의 뜻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정 예술감독의 개인 윤리 문제를 둘러싼 잡음에 대해서는 “결론 나지 않고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단원들이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가 재계약과 관련해 정 감독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8일 사무국 직원들은 서울시향의 정기 연주회가 끝난 뒤 정 감독에게 헌사를 바치는 영상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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