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주 여론조사 지지율 23%
흑인 논객 벤 카슨에 공동 1위 허용
기행과 막말에도 급상승하던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에 변화가 생긴 걸까. 2016년 미국 대선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지난달 초반 이후 줄곧 선두를 달리던 트럼프가 신경외과 의사 출신의 흑인 보수 논객 벤 카슨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31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몬머스 대학이 지난달 27~30일 아이오와주 공화당 성향 유권자 40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카슨은 23% 지지를 얻어 트럼프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아이오와주는 각 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코커스(당원대회)를 내년 1월 맨 먼저 개최해 대선 초반 판세를 읽는 ‘풍향계’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8월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주자들 가운데 늘 아이오와 주 1위를 지켰는데, 공동 선두를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조사에서 카슨에 대해 ‘우호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한 응답이 81%에 달한 반면, 트럼프는 52%에 불과했다.
몬머스 대학 측은 “한달 이상 트럼프가 거의 모든 공화당 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제 변화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경선 초반 상승세를 탔던 트럼프 기세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 주류에서는 트럼프의 주요 공약이 공화당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난 점에 분노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공화당 계열의 주요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내놓은 ▦부자 증세 ▦관세율 인상 등 보호무역주의 ▦이민문호 축소 등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율 인하와 자유무역, 정부의 시장개입 축소 등은 로널드 레이건 이후 공화당의 양보할 수 없는 핵심 공약으로 자리 잡았는데, 트럼프의 등장으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가 공화당의 경제공약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며 “이민 개혁 이슈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른 후보들이 트럼프 경제공약을 무작정 베끼는 상황을 공화당 성향의 경제 전문가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공약과 과거 행보가 공화당의 주류적 노선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결국 공화당 대열에서 벗어나 제3당 후보로 출마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인기는 공화ㆍ민주 양당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 때문에 비롯됐다”며 “기성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을 비집고 조지 월라스가 제3 정당(미국독립당) 후보로 출마해 5개 주를 석권했던 1968년 대선과 비슷한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월라스처럼, 트럼프도 집권보다는 1, 2개 주에서 승리해 얻은 선거인단을 내세워 민주ㆍ공화당 사이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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