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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장녀, 외딸, 고명딸

입력
2015.09.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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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청첩장을 하나 받았다. 신부의 부모는 제 짝을 찾아 떠나는 딸이 대견하다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에게 몇 마디 덕담을 건네고 돌아와 청첩장을 펴 보았다. 분명 일남일녀를 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부는 ○○○의 ‘장녀’로 표시돼 있었다. 남동생이 있긴 하지만 하나뿐인 딸인데, 그럴 때도 장녀라는 말을 쓰나?

‘장녀’는 ‘큰딸, 맏딸’과 같은 말로 딸이 둘 이상 있을 때 그 중 맏이가 되는, 첫째 딸을 가리킨다. 이 말은 ‘차녀’, ‘삼녀’ 등과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여동생이 있을 때만 쓸 수 있는 말이다. ‘장남’도 마찬가지로 외아들인 경우에는 쓰지 않고, 남동생이 있을 때만 쓴다. 그렇다고 청첩장에 ‘외딸, 외아들’이라고 쓰기는 꺼려진다. ‘표준언어예절’에서는 이런 경우에 그냥 ‘딸’이나 ‘아들’로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나뿐인 딸을 가리키는 말은 ‘외딸’ 또는 ‘외동딸’이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무남독녀, 즉 다른 형제나 자매가 없이 단 하나뿐인 딸을 가리킬 때도 있고, 남자 형제는 있지만 딸로서는 하나밖에 없을 때도 쓴다.

아들이 여럿 있는 집의 외딸은 특별히 ‘고명딸’이라고 한다. 어떤 지방에서는 ‘양념딸’이라고도 한다. 음식에 맛을 더하고 모양과 빛깔을 돋보이게 하는 고명처럼 여러 아들 사이에 예쁘게 얹혀 있어 더욱 사랑스러운 딸이라는 뜻이다. 언뜻 딸을 매우 귀히 여기는 말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딸은 양념이나 고명처럼 구색 갖추기로 하나 정도만 끼어 있어야 좋다는 속뜻이 담겨있다. 반대로 딸이 여럿 있는 집의 외아들을 가리켜 ‘고명아들’이라고 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딸이 많을수록 좋다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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