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이지영.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어휴, 골치 아플 것 같아요."
삼성 포수 이지영(29)에게 '삼성을 상대팀으로 만나면 어떨 것 같나'라는 질문을 건네자, 그는 고개부터 절레절레 저었다. 이지영은 "선수들 개개인이 다 잘 한다"며 '상대팀'으로 삼성을 분석했다.
통합 4연패를 일군 삼성은 이지영의 말처럼 마운드부터 타선까지 흠 잡을 곳이 없다. 이지영은 "선발 5명과 중간 투수들이 모두 확실하다. 타자들은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개개인의 능력이 좋다"며 "발 빠른 구자욱과 박해민이 1, 2번으로 나가면서 득점 루트를 잘 만들어 준다. 3~5번까지도 힘이 있고, 이승엽 선배와 박한이 선배 등 좋은 타자들이 계속 이어진다. 나 같은 타자는 번트를 대거나 해서 뒤에 있는 (김)상수에게 연결만 잘 해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잘 갖춰진 삼성은 쉽게 지는 법이 없다. 지난달 30일 대구 LG전에서 1-9로 뒤지던 경기를 15-9로 역전시키며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패배'를 잊은 삼성만의 'DNA'는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팀의 전력을 돌아보던 이지영은 "(우리 팀은) 질 것 같지가 않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올해 도루저지율 0.393으로 각 구단 포수 중 가장 높은 기록을 올리고 있는 이지영은 이 역시 동료 투수들의 공으로 돌렸다. 이지영은 " 투수들이 좋아 도루 저지율도 높아졌다. 도루를 많이 주는 팀을 보면 투수들이 타이밍을 뺏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팀은 투수들이 그만큼 타이밍을 안 뺏겨 (도루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낮췄지만 그는 삼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훈련을 할 때 한 번도 벗은 적이 없다는 '바람막이'가 그의 노력을 대변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12kg을 감량해 체중을 85kg로 줄인 이지영은 이를 유지하기 위해 한 여름 대구구장에서도 바람막이를 입고 훈련을 했다. 웬만한 의지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지영은 "덥고 힘들어도 체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계속 지키고 있다. 체중을 줄이면서 몸이 더 가벼워져 경기에도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이런 노력은 경기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상대로 만나고 싶지 않은 공포의 삼성 타선에는 그 역시 한 몫을 단단히 한다. 이지영은 올해 100경기에 나와 타율 0.317, 1홈런 49타점으로 하위 타선의 '핵'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타격폼을 바꾸면서 나에게 맞는 걸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베테랑 포수 진갑용이 지난달 은퇴를 선언한 데에는 삼성의 안방을 지키고 있는 이지영에 대한 믿음도 밑바탕이 됐다. 이지영은 "여기서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나는 지명을 받았던 선수도 아닌데 (육성선수로 들어와) 초반에는 헤매기도 많이 했다"며 "팀에 항상 보탬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이)흥련이도 잘 하고 있고, 우리 둘 중 누가 포수로 나가도 구멍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팀은 정말 좋은 팀인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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