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 건물 주변에서 31일(현지시간)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 수류탄까지 터지면서 경찰관과 내무군 군인 약 100명이 부상하고 군인 1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의회 건물 주변에서 지방분권화 내용을 담은 개헌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가 자신들을 저지하는 경찰 쪽으로 군용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쏘면서 발생했다.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당 ‘우파 진영’과 ‘자유당’ 소속 당원 등 약 3,000명의 시위대는 의원들이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을 심의하는 동안 의회 건물 주변을 봉쇄하고 시위를 벌이다 개헌안이 1차 독회(심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회 건물 내로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는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국가근위대(내무군) 군인들을 향해 연막탄과 보도블록, 병 등을 던졌다. 시위대는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이 분리·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 주와 루간스크 주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포함하는 특수지위를 부여해 사실상 분리주의를 허용했다며 포로셴코 대통령을 비난했다.
개헌안 심의 도중 의회 내에서도 소란이 일었다. 일부 의원들은 개헌안에 반대하며 단상을 점거하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개헌안은 재적 의원 450명의 의원 가운데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 265명의 찬성으로 1차 독회를 통과했다.
이후 시위대가 던진 수류탄이 폭발하면서 경찰과 국가근위대 소속 군인 90~100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 1명은 발목이 잘려나가는 중상을 입었으며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도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위대와의 충돌 과정에서 가슴에 총상을 입었던 국가근위대 소속 군인 1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고 확인했다. 이어 “누군가가 군인들을 향해 몰래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내무장관 고문이자 현직 의원인 안톤 게라셴코도 “지난 봄 징병된 25세 근위대 병사가 가슴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며 “도발자들이 수류탄 외에 총기까지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수류탄을 던진 용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해 조사를 벌이는 한편, 이날 시위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주동자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방분권화 내용을 담은 개헌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러시아, 독일, 프랑스 정상들의 협상을 통해 체결된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의 합의 사항 가운데 하나다. 분리주의를 추구하는 동부 지역에 광범위한 자치를 허용하는 대신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 내에 묶어두기 위한 타협안이었다. 하지만, 포로셴코 대통령이 제시한 개헌안은 우크라이나 내 과격 민족주의 진영뿐 아니라 동부 분리주의자들로부터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진영은 개헌이 동부 지역의 완전한 이탈을 허용하는 길이라며 반대하고 있고 분리주의자들은 자신들과 협의 없이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헌안을 마련했다며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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