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사도발 억지·당근 제시 병행
中의 적극적 지렛대 역할 기대
열병식 참석에 대한 '선물' 차원
한중일 회담에 시진핑 참여 요청
한미관계에는 상당한 부담 요인
한미·미중 연쇄 회담 활용 복안도
박근혜 대통령이 9월 2~4일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동북아 외교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상외교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다. 박 대통령은 짧은 방중 일정 중에 ‘북한 문제의 실질적 해법 도출ㆍ한일관계 개선 물꼬 트기ㆍ미중 사이에서 균형 잡기’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2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 일정으로 시진핑 국가주석과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31일 브리핑에서 “중국의 전후 70주년ㆍ우리의 광복 70주년ㆍ남북 분단 70주년이라는 역사적 시점과 의미에 부합하도록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테이블에 한중ㆍ남북ㆍ한일ㆍ북중 관계 등과 얽힌 다양한 의제들이 올라가 논의될 것이란 얘기다.
중국 지렛대로 북한과 일본 관계 개선 모색
박 대통령이 중국 경도론ㆍ한미동맹 균열 우려 등의 논란을 감수하고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결정한 것을 두고 청와대는 ‘북핵을 비롯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의 적극적인 지렛대 역할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중을 통해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한중 협력 약속’을 받아내 북한의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에 맞춘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 등 군사 도발을 억지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이라면 박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 대북 제재ㆍ압박만 얘기해야 했을 테지만, 지금은 ‘북중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해 북한을 관리하면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이에 북한이 호응하면 북핵 관련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한반도 주변 외교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시 주석에게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거듭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전승절 열병식 행사 참석을 결정한 것에 대한 ‘선물’ 차원에서 중국의 전향적 입장 표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물론 우리 외교부도 한중일 정상회담을 한일관계 개선으로 가는 길목으로 보고, 3국 회담에 다소 부정적인 중국을 적극 설득 중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일본을 압박ㆍ비판하기보다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중일이 협력하자’는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주도적 균형외교 기조 유지
하지만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한미관계에는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히 팽배하다. 이에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10월16일), 미중 정상회담(9월 말)과 한미ㆍ한중 연쇄 외교장관 회담 등을 통해 한미중 간 직ㆍ간접 대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통해 미중 양국이 팽팽히 맞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 등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변국의 이목이 쏠려 있다. 청와대는 “중국과 경제 협력 강화도 이번 방중의 주요 과제”라며 “올 6월 체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양국 비준 문제와 로봇ㆍ보건의료ㆍ금융 등 부가치가 높은 신산업분야로 협력을 다변화하는 방안 등이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을 비롯해 역대 최대 규모인 156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