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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수령 도장 찍어야 재계약" 몰상식한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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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수령 도장 찍어야 재계약" 몰상식한 오케스트라

입력
2015.09.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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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적 없어 거부땐 사실상 해고… 계약 해지 단원들 청구 소송 걸자

"남은 동료들 월급 못 준다" 회유

경기도 한 자치단체 문화예술회관 상주단체로 등록된 민간 오케스트라가 일부 단원들에게 근로계약 연장을 빌미로 지급하지 않은 퇴직금 수령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단원들은 계약 연장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오케스트라에서 10년 넘게 단원으로 활동한 A씨는 6월 오케스트라 단장 B씨로부터 ‘퇴직금 수령 확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근무기간과 퇴직금 액수가 연도별로 자세히 정리된 확인서에는 월 50만~70원 남짓한 기본급에 자신의 퇴직금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몇 년 전까지 비슷한 내용의 확인서를 받기는 했지만 퇴직금 액수 등이 적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간과 액수가 구체적으로 적힌 경우 법적 효력이 생길 수 있다는 노무사의 얘기를 듣고 도장을 찍지 않았더니 계약연장을 하지 않는 형태로 사실상 해고했다”고 말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A씨와 같은 이유로 퇴직금 수령 확인서에 서명하지 않은 단원 C씨에 대해서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측은 계약 해지 후 퇴직금 청구 소송을 낸 전 단원들에게 “퇴직금을 전액 지급할 경우 남아있는 단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회유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오케스트라의 한 전 단원은 “퇴직금을 한 푼도 못 받고 나가거나 위로금조로 100만원을 받은 경우, 퇴직금 소송을 걸었지만 ‘남아있는 단원들 월급을 못 준다’는 얘기에 퇴직금의 50~60%를 받기로 합의한 경우 등 다양하다”며 “단장 등이 누릴 것 다 누리는 상황에서 단원들 줄 퇴직금 몇 푼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케스트라 측은 열악한 재정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단장 B씨는 “민간 오케스트라 대부분이 상근단원 없이 프로젝트, 공연별로 수당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우리는 오래 전부터 4대 보험에, 3년 전부터는 퇴직연금에 가입할 정도로 신경 써왔다”며 “법적으로 퇴직금을 전액 지급하는 것이 맞지만 단원들도 형편을 알기 때문에 상호 양해 하에 확인서를 받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씨 등이) 퇴직 의사를 밝혔고 퇴직금의 50% 지급을 약속했지만 만족하지 못한 것 같다”며 “성의 있는 해결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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