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들 "스마트폰 미래" 격전… 애플·구글, 진화된 버전 곧 공개
MS 코타나, 한국어 등 추가하고 안드로이드·아이폰용 출시 채비
페이스북 M, 꽃 배달 의뢰하면 직원이 주문하고 직접 배달해줘
“아내 생일에 저녁 먹을 곳을 추천해 줘.” 스마트폰에 대고 질문하자 자동으로 인터넷 창이 열리며 분위기 좋은 식당 몇 곳의 이름이 나타난다. 식당 예약 소프트웨어(앱)를 실행해 한 군데를 예약하자 스마트폰 달력에 일정이 자동 표시된다. 약속일이 되면 이용자에게 일정 알림 메시지가 뜨고 아내에게 약속을 상기시키는 이메일이 자동 발송된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앞다퉈 준비하는 개인비서 서비스다.
이용자가 일일이 찾지 않아도 비서처럼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찾아주고 보여주는 가상의 개인비서가 하반기 글로벌 IT기업들의 최대 승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비서는 기계가 스스로 학습해 미래에 대비하는 인공지능 기술인 ‘머신러닝’과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반응하는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다.
MS가 가상비서 ‘코타나’를 탑재한 운용체제(OS) ‘윈도10’을 최근 전 세계 출시하며 불을 지핀 데 이어 애플과 구글이 각각 9월과 10월에 보다 진화한 가상비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사회관계형서비스(SNS) 페이스북도 페이스북 메신저에 가상비서 ‘엠(M)’ 탑재를 준비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가상비서 경쟁이 1990년대 우후죽순 쏟아졌던 웹브라우저 전쟁을 연상케 할 만큼 치열하다”고 표현했다.
애플은 9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신제품 발표행사에서 새로운 스마트폰 ‘아이폰6S’와‘아이폰6S플러스에 개선된 개인비서 서비스 ‘시리’를 탑재해 공개한다. 시리는 애플이 2011년 처음으로 아이폰 에 도입한 가상비서 서비스로, 음성으로 명령하면 이에 해당하는 답을 찾아 보여준다.이를 암시하듯 애플은 현지 언론을 대상으로 한 초청장에 “시리, 우리에게 힌트를 줘”라는 문구를 넣었다.
신형 아이폰에 탑재되는 시리는 지난 5월 애플 개발자회의에서 미리 공개됐다. 이전까지 시리는 한국어와 영어 등 10개 언어로 “아침 7시 알람을 설정해 달라”고 명령하면 아이폰이 이를 인식해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리는 이용자의 음성 주문에 인터넷 검색까지 연계해 더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1991년 5월 1일 빌보드차트 1위곡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아이폰이 해당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뒤 애플뮤직 앱으로 재생까지 해준다.
아울러 이용자의 스마트폰 이용 습관을 분석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기능도 강화됐다. 이용자가 운동장에 도착해 이어폰을 연결하면 매일 운동할 때 듣는 노래가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식이다.
구글의 ‘나우’는 세계 최대 검색 포털 구글과 지메일, 구글 지도 등 자사 앱을 모두 연결해 작동하는 것이 강점이다. 이용자가 호텔 예약 앱으로 호텔을 예약하면 구글 달력에 일정이 자동 등록되고 구글 지도에 해당 호텔 위치와 예약날짜가 표시된다. 또 여행 당일 지도 앱을 실행하면 목적지와 이동 경로를 알아서 보여준다.
여기에 새 OS ‘안드로이드 머시멜로’를 통해 10월에 선보이는 나우의 신버전은 실행 중인 앱을 끄고 화면을 전환할 필요 없이 질문하는 대로 답을 주는 ‘온탭’ 기능을 추가했다. 음악을 듣고 있다가 홈버튼을 길게 누르고 “이 가수의 본명이 뭐지?”라고 물어보면 바로 알려준다.
지난해 처음 공개된 MS의 ‘코타나’는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시리나 나우보다 정교하다는 평가다. 코타나는 MS의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이용자가 사용할수록 스스로 개선해 수행 능력이 더 정교해 진다. 현재 MS는 컴퓨터(PC)용 윈도10에만 코타나를 지원하데 앞으로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용도 내놓고 한국어 등 다른 언어까지 추가해 공격적으로 이용자를 늘려 나갈 방침이다.
현재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 중인 페이스북의 ‘M’은 페이스북 직원들이 직접 명령 수행을 위해 나서는 점이 특징이다. 메신저로 꽃이나 선물 배달을 의뢰하면 페이스북 직원이 취향에 맞는 품목을 주문해 직접 배달해 준다. FT는 “페이스북이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상비서를 개발하면 기존 서비스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라며 앞서 출시된 서비스 모두를 위협할 만한 주자로 꼽았다.
이처럼 대형 IT업체들이 일제히 가상비서 서비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여기에 모바일 기기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상비서는 스마트폰 이용자의 욕구를 직접 파악할 수 있고, 이용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아서 관리해주기 때문에 한 번 길들여지면 벗어나기 힘들다. 이용자를 독자 구축한 생태계에 확실히 묶어둘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인 정보를 기기와 해당 업체가 모아 저장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에 대한 거부감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종근 LG경제연구원은 “과거 인터넷 검색 서비스가 폭증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일일이 찾는 대신 포털에 의존했다”며 “가상비서가 인터넷 포털이 했던 역할을 대체할 수록 이용자들의 의존도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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