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첫날 시설 둘러보니… 이용객들 ‘불만투성’
“이정표 없고, 접근성 미흡, 식당도 단 1곳 밖에”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이 3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지만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등 손님 맞을 준비가 어설퍼 이용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37년간의 ‘1부두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달 26일 북항 재개발 지구로 이전해 개장식을 연 터미널 신청사는 부산항만공사가 2,343억원을 들여 2012년 7월 착공해 3년여 만에 완공, 개장을 앞두고도 꽤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날 오전 일본 대마도를 가기 위해 터미널에 온 김지원(37ㆍ여)씨는 “오는 길에 이정표 하나 없고, 홈페이지에도 어떻게 가야 되는지 안내가 없어 찾아오는데 애를 먹었다”며 “어디서 몇 번 시내버스를 타야 되는지, 셔틀버스는 어디서 타야 되는지 알 수 없어 결국 택시를 타고 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중교통 미흡으로 접근성도 떨어졌다. 기존 터미널은 도시철도 중앙역에서 약 300m떨어져 있었지만 새 터미널은 도시철도 초량역에서 직선거리로 600여m로 이동거리가 2배로 늘어났다. 거기다 초량역에서 하차할 경우 200m가량의 어두운 굴다리를 걸어서 통과해야 하고, 부산역에서 하차할 경우도 역사 후문으로 나가 차량 통행량이 많은 8차선 충장로를 건너야 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는 2개 버스노선(5-1번, 1004번)이 터미널을 경유하도록 변경하고, 중앙역~부산역 후문~터미널 간에 셔틀버스를 운행했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새 터미널에 도착해도 문제였다. 이날 후쿠오카를 가기 위해 터미널을 찾은 이호영(54)씨는 “이정표 같은 게 없어 어디로 가야 입국장이 나오는지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실제 버스에서 내리면 ‘저기가 입구구나’라고 바로 알 수 있을만한 표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크루즈선 이용도 어려워 보였다. 국제여객선터미널에는 10만톤급 크루즈선이 들어올 수 있는 선석이 1개 마련돼 있지만 이동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도보로 840m정도를 걸어 나와야 해 당장 큰불편이 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터미널 내부 에스컬레이터도 건물 중앙에는 무빙워크가 설치돼 이동이 용이하지만, 양끝 쪽에 1대씩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쇠기둥이 있어 짐을 갖고 이동하는 이용객들은 불편해 보였다.
부대시설은 태부족이다. 이날 점심시간 내부 식당은 난장판이었다. 연간 120만명의 이용객을 예상하는 새 국제여객터미널 식당이 3층 출국장 1곳뿐이다. 이날만해도 3,200명의 승객이 터미널을 이용했고, 상주하는 직원도 500여명이다.
터미널을 운영하는 부산항만공사가 올해 들어 4차례 식당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유찰됐고, 공사 측은 별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터미널을 개장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설치할 계획이었던 크루즈 선박과 터미널 건물을 연결하는 무빙워크를 조기에 설치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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