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중인 지미 카터(91) 전 미국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보려는 미국인들이 조지아 주의 작은 마을로 쇄도하고 있다.
30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카터가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여는 주일 성경학교는 현재 참석자 400명을 선착순으로 받고 있다. 카터가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이 전해진 직후 참석자들이 대거 늘어나 교회가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투병이 알려진 뒤 첫 주일학교이던 지난 23일에 찾아온 이들은 700여명으로 평소 참석자보다 무려 20배 가까이 많았다.
이에 따라 교회 측은 30일에는 먼저 도착한 이들에게 0시 1분부터 번호표를 순서대로 나눠주고 자동차를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그 때문에 전날 오후 9시께부터 교회를 향한 자동차 행렬이 1㎞ 가까이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참석자들은 주차된 자동차 안에서 아침까지 밤을 새우거나 쪽잠을 잔 뒤 성경교실에 참석했다.
필리핀 이민자인 신시아 앨폰트(47)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테네시주 녹스빌까지 비행기를 탄 뒤 6시간 동안 자동차를 몰아 교회를 찾아왔다. 켄트 슈레더(62)는 주위 부축 없이는 걷지도 못하는 93세 노모를 모시고 일리노이 주에서 무려 14시간 동안 운전해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러 왔다. 마크 매스크(50)는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죽기 전 반드시 성취할 소원으로 꼽아왔다”고 성경교실을 찾은 동기를 털어놓았다.
카터는 이날 설교에서 중국의 개방을 어떻게 유도했는지, 클린턴 정부의 특사로서 북한과 대화에 어떻게 임했는지 등을 설명했다. 그는 “두 국가의 전쟁, 한 국가 안의 내전, 이혼을 부르는 부부의 불화는 모두 원인이 같다”며 “큰 견해차와 대화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바로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터는 지난 20일 간에서 발생한 암세포가 뇌로까지 옮겨갔다며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공개했다. 그는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미국 39대 대통령을 지낼 때는 유능한 정치 지도자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연임을 위한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공화당) 전 대통령에게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고 물러났다. 빌 클린턴이 1992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 “(민주당 대통령인)카터와 나는 빛과 어둠처럼 단적으로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다.
그러나 카터는 퇴임 후 인도주의, 자선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며 미국 대중에게 훌륭한 정치 지도자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날 성경교실을 찾은 이들 가운데서도 카터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많았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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