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육과정 개정안 공개… 미적분 변화 없어 효과 불투명
정부가 ‘수포자(수학포기자)’ 양산을 막기 위해 초ㆍ중ㆍ고교 수학 과목 내용을 줄여 난이도를 낮추기로 했다. 수포자 양산 주범으로 꼽히는 미적분과 관련해서는 큰 변화가 없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초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한글교육은 현행 27시간에서 45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교육부는 31일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문ㆍ이과 통합형) 제2차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교육과정 개정안을 공개했다.
세부안을 보면 초교 수학에선 ‘분수와 소수의 혼합계산’ ‘원기둥의 겉넓이와 부피’ ‘헥타르(ha) 단위’ 등이, 중학교에서는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활용’과 ‘도수분포표에서 자료의 평균’과 같은 내용들이 삭제된다. 고교에서도 ‘부등식의 영역’ ‘미지수가 3개인 연립일차방정식’ ‘공간벡터’이 빠지게 되고, 문과생도 배우는 기초 미적분 학습 내용에선 ‘수열의 극한’ ‘구분구적법’도 삭제된다. 평가유의사항도 신설해 초교에서는 무게 단위에서 1g과 1톤 사이 단위 환산은 다루지 않고, 중학교는 ‘경우의 수’에서 2개 경우의 수를 합하거나 곱하는 정도만 평가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수학의 경우 학생들이 알아야 할 핵심개념이 현재보다 19.6%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일반선택과목 중 이공계 대학 1학년 때 배우는 미적분학과 똑같은 ‘심화미적분’은 내용 변화가 없다”며 “앞으로도 사교육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 수포자 문제 해결의 근본적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1 대상 문ㆍ이과 공통 교과로 바뀌는 통합과학은 물리ㆍ화학ㆍ생명과학ㆍ지구과학 등 모든 영역의 기초 소양을 기존 대비 난이도 70% 수준으로 조정해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익히도록 했다. 50개였던 성취기준은 핵심 개념 위주의 32개로 줄어든다. 하지만 과거 물리Ⅱ에서 다뤄졌던 탈출속도나 지구과학Ⅱ에서 다루는 물질의 기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국어의 경우 초교 1학년부터 한 학기에 책을 1권 이상 읽고 이를 바탕으로 듣기ㆍ말하기ㆍ읽기ㆍ쓰기 등을 하는 통합 수업을 도입하기로 했다. 초교 5ㆍ6학년과 중학교에 체험 중심의 연극 수업을 도입해 인문학적 소양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영어는 현행보다 성취기준 수를 30% 줄이고 학교급 별로 어휘를 나눠서 제시하는 등 학습부담을 줄인 게 골자다. 초ㆍ중학교에서는 듣기와 말하기 같은 의사소통에 중점을 두고, 고교에서는 초ㆍ중학교보다 읽기와 쓰기 비중을 8~10% 늘렸다.
교육부는 9월 안에 교육과정 개정안을 심의ㆍ확정할 계획이다. 개정된 교육과정은 초교는 2017년, 중ㆍ고교는 2018년부터 적용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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