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 곳 순회사서 지원 제도 활용
봉사자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도움
공립도서관과 통합시스템 구축
상호대차 서비스로 부족한 책도 보완
작은도서관들이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이 마을 저 마을에 속속 자리를 잡고 아이들의 놀이방, 부모들의 사랑방, 주민들의 동아리방으로 골목에 온기를 불어넣는 듯하더니 제법 번듯한 도서관으로 기능하기 위해 쏟는 노력이 각양각색이다. 작은도서관은 열람석 6석, 보유장서 1,000권 이상인 공립ㆍ사립 도서관으로, 그럴싸한 서가에 책만 쌓아두면 절로 작은도서관이 굴러갈 것이라 기대한다면 큰 오산. 독서문화 부흥, 마을 살리기 등 보다 큰 꿈을 향해 애쓰는 작은도서관들의 분투를 살펴봤다.
지난해 1월 경기 안산시 작은 상가 건물에 문을 연 사립 모락모락작은도서관은 최근까지도 대출 및 도서관리 프로그램이 없어 수 천 권의 책 대출 사항 등을 일일이 수기로 관리해왔다. 마을 및 공동체운동에 관심이 많은 목사 부부가 뜻을 모아 시작한 도서관에 어린이 독서심리교실, 젊은 엄마들의 독서동아리, 글쓰기 수업 및 모임 등이 형성되며 1년 8개월여 만에 희망이 현실이 됐지만, 전문 사서도 프로그램도 없던 터라 책 관리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작은도서관 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최고 지원액인 약 900여만원의 도서구입지원비를 받게 됐지만 이조차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던 상황. 이런 도서관에 돌파구가 된 것은 ‘순화사서 서비스’다. 순회사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각 지역 국공립도서관이 채용한 전문 사서가 지원,선정된 작은도서관들을 주 1~2회 방문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엄윤섭 모락모락작은도서관장은 “한 두 명이 하루 종일 앉아 책에 스티커를 붙이고 단순 수기로 해오던 일을, 전문 사서 선생님이 와서 서가의 틀을 잡아주고 지도해 줘 큰 도움을 받았다”며 “현재 대출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여러모로 많은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모락모락작은도서관을 비롯해 이 지역 4군데 도서관을 담당하는 순회사서 조혜진씨는 10여년 경력의 베테랑 사서로 효율적인 서가 배치, 대출 프로그램 설치 등 기본적인 도서관 기틀을 세우는 일부터 봉사자 교육,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 전수 등을 도맡아 이들 도서관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조씨는 “의지는 있는데 인건비 등 예산이 없거나, 뜻만 가지고 시작했으나 도서관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작은도서관들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는데, 자원봉사자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 교육 등만 제대로 해줘도 도서관에 활기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도서관들이 모색하고 있는 또 다른 돌파구는 여타 지역 도서관과 연계해 서로 원하는 책을 주는 ‘상호대차 서비스’다. 작은도서관 입장에서는 대형 도서관에 비해 책이 부족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공립도서관으로서는 작은도서관을 일종의 지점처럼 서비스 포인트로 활용하는 셈이다. 경기 부천시의 경우 공립작은도서관 18개소와 시립도서관의 상호대차가 이뤄져, 지역 주민이 신청할 경우 시립도서관의 책을 집 근처 작은도서관에서 받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 역시 시에서 아파트 단지 내의 사립작은도서관 등을 지원하며 공립 도서관과 통합시스템을 구축했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상호대차를 위해 종일 차량 4대가 오가며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들의 책을 교환한다.
하지만 아직 모든 작은도서관들이 순회사서나, 상호대차 등으로 활기를 띠는 것은 아니다. 순회사서 서비스를 이용한 작은도서관은 2014년 기준 전체 5,234곳 중 702곳(13.4%)에 불과하다. 한정된 예산 탓에 전국에서 매년 선발되는 순회사서가 80여명밖에 안 돼 신청한 모든 도서관이 혜택을 보지는 못한다. 전국 작은도서관의 직원 수는 평균 1.1명이며 약 30%인 1,561곳이 직원 없이 자원봉사자로만 운영되고 특히 209곳에는 자원봉사자나 전담 직원이 전혀 없는 상태다. 상호대차 서비스 역시 도서관 간 협의체가 마련돼 있지 않거나 관심이 부족한 지자체가 많아 전체 5,234곳 중 763곳(14.6%)만 이용하고 있다.
변현주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사무국장은 “공립ㆍ사립 작은도서관의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급속한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사서 자격자가 있는 사립 작은도서관이 전체의 12%에 불과한 점 등 질적인 면에서 갈 길이 멀다”며 “마을의 복합문화 공간이자, 도서관 서비스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작은도서관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전문인력 지원, 상호대차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