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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도깨비

입력
2015.08.3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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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두. 가수 김민기가 대학 시절 결성했던 듀오 이름이다. 도깨비 두 마리란 뜻. 왠지 김민기보다 한대수가 더 어울릴법하지만, 워낙 도깨비 같은 사람을 도깨비라 이르는 건 식상할 수 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녹음된 도비두의 노랠 들어본 적 있다. 김민기 음성이 그렇듯, 별로 도깨비 같진 않았다. 민담이나 설화에 나오는 도깨비는 흉측하고 못난 몰골을 지니고 있다. 마주쳐서 기분 좋을 건 없는 존재라 알려져 있다. 그래도 왠지 도깨비가 정겹다. 온전한 사람의 형상으론 실행하지 못할 일을 도깨비가 되면 실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술이 원인이었겠지만, 외할머니는 굳이 도깨비에 홀린 거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새벽 산중을 헤매시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귀가해서는 일주일 누워 계시다 가셨단다. 슬픈 일임에도 그 얘길 들을 때면 이상하게 도깨비를 만나고 싶었다. 할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게 나쁜 존재만은 아닐 것 같았다. 느닷없는 도깨비 타령, 조금 생뚱맞을 거라는 거 안다. 내가 지금 도깨비에 홀려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실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를 듣다가 불현듯 도깨비가 떠올랐다. 이게 정말 사람이 만든 선율인가 라는 찬탄과 의구심의 한 끝이었을 것. 이제, 김민기 노래를 튼다. 중후하고 그윽한 저음. 도깨비의 목소리가 이러하지 않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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