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6,194m로 북미 대륙 최고봉이자 알래스카를 동서로 가르는 알래스카 산맥의 주봉인 매킨리 산(사진)의 명칭이 ‘드날리’로 공식으로 변경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오랜 청원을 받아들여서다. 드날리(Denali)는 원주민들의 언어로 ‘신성함·위대함’ 을 뜻하는 말이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31일(현지시간) 알래스카 방문에 맞춰 이러한 사실을 공식 발표한다. 이미 샐리 주얼 내무장관이 지난 28일 명칭 변경에 서명했다. 이로써 모든 연방 기록과 공식 지도에서 북미 대륙 최고봉의 이름은 ‘드날리’로 바뀌게 됐다.
미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사흘간 알래스카 방문 시 미국 49번째 주의 지도가 바뀐다”고 전했다.
북미 최고봉의 이름은 원래 드날리였지만 19세기 이 산을 발견한 유럽인들이 처음에는 ‘덴스모어’로 부르면서 명칭이 수난이 시작됐다. 추후 공화당 대권 주자로 나섰던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띄우기 위해 이 산을 매킨리로 명명했다. 이 이름은 1917년 매킨리산 국립공원법이 만들어지며 공식 사용됐다.
하지만, 알래스카 주는 1975년 국립공원의 이름을 드날리 국립공원으로 바꾸면서 산의 이름 역시 드날리로 변경한 뒤 행정부에 공식 명칭 변경을 청원해왔다.
그러나 매킨리 대통령의 고향인 오하이오 주 의회가 매킨리라는 이름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논란이 되자 미 지명위원회는 판단을 유보했다. 이 위원회는 의회가 논의 중인 명칭을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원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결단은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몫이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주얼 내무장관이 자체 결정으로 명칭 변경을 명령했다. 미국 법에 따르면 지명위원회가 합리적 시간 안에 명칭 변경을 결정하지 않으면 내무장관이 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돼 있다.
주얼 장관은 명령에서 “매킨리 대통령은 이 산을 방문한 적도 없고 어떤 중요한 역사적 관련도 없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명칭 변경은 알래스카 원주민들에게 드날리의 신성한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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