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법원 파기환송심서
알자지라 방송기자 3명에 선고
이집트 법원이 29일 취재허가 없이 이슬람주의 정파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인 보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알자지라 방송 기자 3명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에 미국 등 주요국과 국제인권단체들은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사례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알자지라 영어 방송의 카이로 지국장이자 캐나다인인 모하메드 파흐미와 이집트인 프로듀서 바헤르 모하메드, 호주인 기자 피터 그레스테는 현 압델 파타 엘시시 정권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무슬림형제단과 결탁하고 이들에게 우호적인 방송을 보도한 혐의로 2013년 12월 카이로에서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해 6월 1심에서 징역 7~10년형을 받았으며, 상급심 법원은 올해 1월 이 사건을 1심 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20개월에 걸친 법정 다툼은 이집트 군부가 선거로 선출된 이슬람 대통령인 모하메드 무르시를 축출한 후 2년간 이집트에서 침해돼 온 언론 자유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세간의 이목을 끌어왔다. 유명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부인 아말 클루니가 파흐미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하산 파리드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세 사람이 이집트의 보도 연합체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 “피고인들은 언론인도, 언론사 소속도 아니다”라며 판시하며 그레스테와 파흐미에게는 3년형을, 모하메드에게는 3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그레스테는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은 우리의 잘못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말 클루니도 “오늘 판결은 이집트에서 언론인이 진실을 말하고 보도하는 자신의 일만해도 잡혀갈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라고 말했다.
체포된 후 약 400일간 감옥살이를 한 뒤 그레스테는 지난 2월 1일 본국 호주로 추방됐으며 나머지 두 사람은 열흘 뒤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번 판결로 호주에서 궐석 재판을 받았던 그레스테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재수감됐다.
실형 선고 소식에 인권단체들과 언론단체, 각국 정부는 유감 표명과 이들의 석방을 강하게 요구했다. 미국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매우 약화시키는 판결을 시정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이집트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으며 호주 줄리 비숍 외무부 장관은 “그레스테를 구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이집트 당국 설득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역시 파흐미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국제 앰네스티도 29일 성명을 내고 “세 사람에 대한 선고는 근거가 없으며 정치화됐다. 이들의 체포는 처음부터 이뤄져서는 안됐다”고 비판했다. 알자지라 방송의 무스타파 수아그 사장 대행은 “오늘의 판결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또 다른 고의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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