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노조 '정실인사' 항의 성명
개방직 서울본부장 공모 철회 요구… 1인 시위 등 강력 투쟁 예고
‘시장은 (시장)후보 시절 약속한 엽관제(獵官制) 이행을 천명하라.’
지난 27일 광주시공무원노조가 ‘무분별한 외부 인사 채용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면서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요구한 내용이다. 윤 시장이 취임 이후 줄곧 “인사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인사를 하는 퇴행적 인사 행태를 버리지 못한 데 대해 일갈한 것이다. 여기엔 윤 시장이 공직에서부터 산하 기관장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자리라고 전리품 취하듯 독식하려면 차라리 엽관제(정권을 획득한 정당이 관직을 나눠 갖는 것)를 선언한 뒤 내놓고 자기 사람을 앉히되, 시장 임기가 끝나면 떳떳하게 함께 물러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노조가 지난해 12월 윤 시장의 정실ㆍ보은ㆍ측근 인사에 대한 비판 성명에 이어 또다시 윤 시장의 인사 행태에 대해 쓴소리를 낸 데는 광주시 서울본부의 개방형직위 공무원 채용이 발단이 됐다. 노조는 최근 광주시가 기존 서울사무소를 본부로 바꾸면서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용하던 소장과 투자유치팀장을 각각 본부장(4급)과 대외협력관(5급)으로 명칭을 변경해 개방형직위 공무원으로 채용하려는 것은 특정 외부 인사 채용을 위한 수순이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윤 시장은 앞서 지난달 말 비서실 내 행정직 비서관을 다른 부서로 발령 내고 그 자리에 자신의 선거 캠프 출신 인사를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해 앉힌 터였다. 게다가 이미 시청 안팎에선 정치권 인사의 입김과 윤 시장의 연고관계가 작용해 본부장엔 K씨, 대외협력관엔 Y씨가 각각 내정됐다는 얘기가 파다한 상태다.
노조는 이 같은 개방형직위 채용이 일반직 공무원들의 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져 결국 공직사회의 인사적체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시장이 바뀔 때마다 임기제, 개방형 공무원을 추가로 채용하고 특별한 사례가 아니면 그 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청년들의 공직 진출의 기회가 줄어들고 내부조직의 활력과 역동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행정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만든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개방형직위 및 임기제 공무원 자리가 민선 6기 들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실제 윤 시장 취임 후 개방형직위 및 임기제 공무원 정원이 민선 5기 때보다 무려 47%(22명)나 증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윤 시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참다 못한 노조는 윤 시장과의 ‘한 판’도 불사할 태세다.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윤 시장에게 엽관제 이행 선언과 서울본부장 채용 철회 요구에 대한 수용 여부를 내달 1일까지 밝혀달라고 압박했다. 내달 4일부터 서울본부장 공모 절차가 진행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노조는 윤 시장이 엽관제 이행 등을 거부할 경우 1인 시위 등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노조의 ‘선전포고’에 대해 윤 시장이 어떤 카드를 꺼내 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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