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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 수수밭의 파수꾼

입력
2015.08.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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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대부분 약탈자의 몫이었다. 막대에 짚 둘러 만든 몸통에 누더기 걸치고, 구멍 난 밀짚모자 얹고 활짝 웃어 보이는 허수아비는 아이들 체험놀이에나 존재한다. 그런 허수아비에 속아 넘어가는 참새는 더 이상 없다. 무더위와 싸운 땀방울이 결실을 맺어가는 요즘, 농촌 들판에선 들짐승과 날짐승들로부터 한 톨이라도 지켜내려는 농민들의 아이디어가 눈물겹다. 사람이 있다는 걸 가장하기 위해 라디오를 틀어놓기도 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총소리를 내는 폭음 기기도 모자라 춤추는 바람인형까지 동원한다. 처음엔 효과를 보겠지만 영악해진 공격자들에겐 쉽게 들통나고 만다. 사실 짐승들보다 더 무서운 건‘농산물 가격안정’을 내세우며 시장을 주도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약탈자들이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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