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성욕 증강제 플리반세린(flibanserinㆍ상품명 애디)의 FDA 승인은 여성 성 해방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다. 1960년대 경구피임약의 등장이 임신 부담감 때문에 섹스를 꺼리던 여성들에게 성적 해방감을 안겼듯, 플리반세린도 성욕장애(HSDDㆍHypoactive Sexual Desire Disorder)로 고통 받는 여성들에 희망을 선사하며 그들의 성 문화를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플리반세린의 등장에 대해 일각에서 “의학적 진일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플리반세린은 애초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연구 결과 항우울증 효과는 없는 반면 여성 성욕을 키우는 부작용이 관찰되면서 적응증을 바꿨다. 화이자의 비아그라도 본디 심혈관 치료용으로 개발됐다. 그동안 화이자 등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여성 비아그라’ 개발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여성 성기능장애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 플리반세린의 이번 FDA 승인에는 약효도 약효지만 성욕 평가기법이 진전된 것도 한몫했다는 뒷얘기가 흘러나온다.
플리반세린은 성욕에 관여하는 3가지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이다. 즉,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의 ‘동기부여/보상경로’에 대한 통제력을 복원시켜 성욕을 키운다. 관심의 초점은 실제 치료 효과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이냐다. 이에 대한 성의학 전문의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정우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성욕 저하의 원인이 복잡한 여성에서 뇌 일부에 작용하는 약제만으로 얼마나 큰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강동우 강동우에스의원 원장도 같은 이유로 “약에 반응하지 않는 성욕저하증 여성환자들도 꽤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98년 비아그라의 출시와 같은 혁명적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플리반세린에 대해 “남성 조루나 발기부전 치료제와 비교해 효과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의사의 적절한 진단 아래 적응증에 맞게 사용한다면 의미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도 “비아그라는 임상시험 단계에서 심장마비 등 더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다”며 일축했다.
플리반세린은 여성 성기능 장애에 특화한 1세대 약일 뿐이다. 플리반세린의 등장은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약의 단점을 보완하고 치료 효과는 높인 후속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것임이 분명하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