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교사절 등 1만여명 참가
국내외에 한반도 평화 메시지 띄워
대치 풀린 후 접경지 첫 대규모 행사
주민들 "평화의 상징 되길…"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아 분단 현장을 달린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넘게 민간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던 비무장지대(DMZ) 민통선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특히 남북간 긴박한 군사 대치가 풀린 이후 휴전선과 맞닿은 곳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행사로 그 동안 가슴을 졸였던 접경지 주민은 물론 국민적 관심 또한 높다.
한국일보와 철원군은 다음달 6일 오전 9시부터 강원 철원군 월정리 DMZ평화문화광장 일원에서 ‘제12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를 개최한다. 올해 대회는 최근 북한의 포격도발로 야기된 일촉즉발의 위기국면에서 극적으로 화해한 시점에 국내외에 한반도 평화통일의 메시지를 띄우는 행사라는 상징성을 갖는다는 게 철원군의 설명이다. 이번 대회에는 풀 코스(42.195㎞)와 하프코스(21.0975㎞), 10㎞ 부문 등에 출전하는 국내외 마라토너와 정부 관계자, 정치인, 주한 외교사절 등 1만 여명이 참가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기원한다.
김태동(46)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관계가 긴장에서 화해모드로 급 반전된 시기에 휴전선과 맞닿은 철원에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국내외에 전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북한과의 교류활성화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평가했다.
대회가 열리는 곳은 휴전선 남방한계선과 인접한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육군 5군단과 제6보병사단(청성부대) 등 군 당국은 비무장지대가 생긴 1954년 이후 61년간 출입을 제한했던 민통선 빗장을 이날 하루 풀어 모든 참가자들이 분단현장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마라톤 코스는 월정리역 인근 DMZ평화문화광장을 출발해 동송저수지와 노동당사, 평화전망대 등을 거쳐 반환점을 돈 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60년 넘게 사람의 손길을 거부한 이곳은 생태계의 보고이면서 곳곳에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국내외 마라토너들이 꼭 한번 달려보고 싶은 대회로 손꼽는 이유다.
마라톤 동호인 김정형(46)씨는 “철원평야의 황금들녘 등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코스가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며 “동호인 모두 다음 세대에는 통일된 나라를 물려주자는 바람을 갖고 힘차게 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코스를 달리다 보면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산 교육장도 눈에 띈다. 월정리역은 6ㆍ25 당시 마지막 기적을 울렸던 경원선 열차의 녹슨 잔해와 유엔군 폭격으로 파괴된 인민군 화물열차 골격이 보존돼 있다. ‘철마(鐵馬)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가 새겨진 푯말로 유명한 곳으로 정부는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까지 9.3㎞ 구간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철원읍 관전리에 위치한 노동당사 역시 6ㆍ25 참화로 검게 그을린 건물에 포탄과 총탄자국이 촘촘히 박힌 상처가 남아있다.
철원군 주민들의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그 동안 지역발전을 가로 막았던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이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철원군은 현안사업인 DMZ세계평화공원 유치와 경원선 복원, ‘제2 개성공단’ 격인 평화산업단지 추진 홍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대회가 가진 의미가 어느 해보다 특별한 셈이다. 장기적으로 철원군은 남쪽에서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북녘 땅에 골인하는 마라톤 코스도 구상 중이다.
이현종(66) 철원군수는 “철원은 지리적으로 한반도 중심에 자리해 남북 평화와 교류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철원이 한반도 생태관광과 평화를 상징하는 도시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철원=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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