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두산 간판 타자 김현수(27)는 3번 타순이 익숙하다. 처음으로 풀타임을 뛴 2007년부터 올해까지 9시즌 동안 4,633타석에서 3번 타자로 3,252타석에 섰다. 비율로 따지면 70.2%에 달한다. 뒤를 이어 4번 751타석, 2번 359타석, 6번 121타석에 각각 들어섰다.
그간 김현수는 4번 타자의 부담감을 쉽게 이겨내지 못했다. 2012년 4번 타순에서 타율 0.262에 그쳤다. 이듬해에는 0.204로 더욱 주춤했다. 그나마 지난 시즌에는 3번(0.324)일 때와 4번(0.314)으로 나갈 때 차이가 적었지만 김현수에게 맞는 옷은 파워보다 정교함이 더 빛나는 3번 타자였다.
그런데 올 시즌 김현수는 4번 타자로 출전하는 일이 늘어났다. 시즌 초반에는 외국인 타자 루츠가 워낙 부진해 4번 자리를 메웠다. 루츠 방출 이후 로메로가 들어와 다시 3번으로 돌아갔지만 로메로마저 기대치를 밑돌았다. 로메로의 대안 홍성흔 또한 타격 침체로 1, 2군을 오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시선은 김현수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김현수는 7월까지 3번 타순에서 타율 0.341로 4번(0.291)으로 나갈 때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 역시 자리에 대한 부담이 짓누른 영향이다. 그러나 8월 들어 반전을 이뤘다. 지난 29일까지 3번일 때 타율 0.207로 부진했지만 4번에서 타율 0.333, 4홈런 17타점을 올렸다. 장타율은 0.593에 달했다. 올 시즌 타순별 타율도 3번 0.328, 4번 0.312로 간격을 많이 좁혔다.
4번 타자답게 올해 결승타는 11개로 팀 내 최다를 기록 중이다. 29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4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시즌 18호 솔로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2타점 1볼넷으로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김현수는 "3번에 있을 때나 4번에 있을 때 상대 볼 배합이 다른 것은 크게 느끼지 못하겠다"면서 "최근 타격 페이스가 올라와 잘 맞고 있다. 그래서 (자리에 대한)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냥 무념, 무상, 무심으로 대한다"고 타순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어 "홈런 등 공격적인 부분은 사이클이 있고 운도 많이 작용하는데 수비는 꾸준히 잘 해야 팀에 보탬이 된다. 때문에 수비에 더 집중하려 하고 있다. 특히 8~9월에는 선수단이 많이 지치는 만큼 더 집중할 것이다. 공수에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두산 김현수.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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