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2013년 다승왕의 귀환을 알린 외국인 투수 크리스 세든(32). 그는 지난 28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무실점으로 한국 무대 첫 완봉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극심한 부진으로 2군에 다녀온 후 예전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세든은 문득 2년 전을 떠올렸다. 당시 14승으로 다승 1위에 올랐지만 완봉승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3년 5월26일 잠실 LG전에서 8회까지 삼진 11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막는 최고의 피칭을 했다. 그러나 9회 마지막을 버티지 못하고 끝내기 패배로 졌다.
세든은 그때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첫 완봉승 기회를 뺏어간 이는 현재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정의윤이었다. 당시 LG 소속의 정의윤은 0-0으로 맞선 9회말 선두 타자 문선재가 안타로 출루하자 후속 타자로 나가 끝내기 2루타를 쳤다. 세든은 패전을 떠안았다.
세든은 "그 때 기억이 난다. 첫 완봉승 도전이었는데 아쉬웠다"면서 "정의윤이 잘 쳤다. 지금은 우리 팀에 있어 다행"이라고 웃었다. 세든 곁에 있던 정의윤은 '누가 세든의 완봉을 깼나'라는 구단 관계자의 장난 섞인 핀잔에 조용히 손을 들며 멋쩍게 지나갔다.
팔 골절로 팀을 떠난 밴와트의 대체 선수로 지난달 9일 SK에 합류한 세든은 최근 환골탈태했다. 복귀 초반에는 5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11.78로 부진해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2군에서 복귀한 이후에는 지난 18일 KIA전 5⅔이닝 2실점(2자책), 23일 NC전 6이닝 3실점(2자책) 등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28일 데뷔 첫 완봉승 기쁨까지 누렸다.
세든이 살아난 비결은 2군에서 한창 좋았던 2013년 시절의 영상을 보고 투구 폼을 교정한 덕분이다. 조웅천 SK 2군 투수코치가 2년 전 투구 영상을 보관하고 있었고 불펜 피칭과 경기 영상을 올해 모습과 비교하며 가다듬었다.
교정한 부분은 릴리스 포인트 안정화다. 그 동안 공을 놓는 지점이 뒤에 있다 보니 구위나 제구가 불안했지만 문제점을 발견하고 앞으로 끌고 나왔다. SK 포수 이재원은 "릴리스 포인트가 좀 더 앞으로 가면 구위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SK 세든.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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