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이 ‘1000만 관객 고지’를 밟았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베테랑’은 이날 오전 7시 30분 누적관객수 1,001만 5,553명을 기록했다. 개봉 25일 만에 이룬 1000만 관객 돌파다. 한국영화로는 역대 13번째, 외화를 포함하면 17번째 기록이다.
‘베테랑’은 범죄를 저지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를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을 비롯한 광역수사대가 쫓아 단죄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다. 선과 악의 구분이 뚜렷하고 이야기 전개가 명쾌한 게 특징이다. 특히 영화는‘땅콩회항 부사장’과 ‘신문지 회장’ 등 재벌들‘갑질’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더 큰 호응을 얻었다. 1인 시위를 하는 트럭 운전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폭행하고 돈을 준 ‘베테랑’ 속 조태오는 현실 속 ‘맷값 폭행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한 재벌가 자제와 묘하게 닮았다. 현실에서 벌어진 황당한 재벌들의 ‘갑질’을 실감나게 다뤄 공감력을 키우고, 이를 공권력(경찰)이 응징하는 데서 통쾌함을 줘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토록 고발적인 영화가 이토록 오락적이라는 사실이 경이롭다”는 추천사로 영화의 매력을 전하기도 했다. 주연 배우인 황정민의 유쾌한 형사 연기와 데뷔 후 첫 악역 연기를 선보인 유아인의 감칠맛 나는 안하무인 재벌 3세 연기도 영화의 흥행에 발판이 됐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가 없냐”는 영화 속 재치 있는 대사도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이는 배우 강수연이 술자리에서 자주 쓰는 말을 류 감독이 대본에 집어넣은 대사로 유명하다.
‘베테랑’의 1,000만 관객 돌파로 류 감독은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이후 15년 만에 ‘1,000만 감독’이란 훈장을 얻게 됐다. ‘짝패’ ‘부당거래’등으로 실감나는 액션과 박진감 넘치는 사건 전개로 탁월한 연출력을 발휘해 온 그의 최고 흥행작은 716만 관객을 모은 ‘베를린’이었다. 류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얼떨떨하다. 놀라서 그런지 뒷목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배우들의 호연을 인상 깊게 봐 주시는 것 같다. 우리가 응원할 수 있는 친근한 대상들이 빚어내는 웃음과 공분을 일으킬 행동을 하는 악인들의 행동이 일으키는 분노가 공감을 일으켰던 것 같다”고 영화의 1,000만 관객 돌파 소감을 전했다.
‘베테랑’의 1,000만 돌파로 배우들도 축포를 터트렸다. 극중 강력계 팀장을 연기했던 오달수는 ‘베테랑’으로 무려 7개 작품이나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에 출연한 진기록을 세웠다. 그는 목소리 출연한 ‘괴물’을 시작으로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등이 모두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출연작 누적 관객 수도 1억 명이 넘는다. 황정민도 지난 1월 ‘국제시장’에 이어 불과 7개월 만에 ‘베테랑’으로 두 번째 1,000만 관객 돌파 기록을 맛보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됐다.
이날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베테랑’이 한국 영화의 흥행 기록의 역사를 새로 쓸 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베테랑’은 개봉 후 24일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차지하며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최장 기간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1,000만 돌파 기록도 ‘국제시장’(28일)보다 3일이나 앞섰다. ‘베테랑’에 앞서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로는 ‘명량’(1,761만명), ‘국제시장’(1,425만명), ‘아바타’(1,362만명), ‘괴물’(1,301만명), ‘도둑들’(1,298만명), ‘7번방의 선물’(1,298만명), ‘광해, 왕이 된 남자’(1,231만명), ‘왕의 남자’(1,230만명), ‘암살’,‘해운대’(1,145만명), ‘변호인’(1,137만명), ‘실미도’(1,108만명),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명), ‘겨울왕국’(1,029만명), ‘인터스텔라’(1,027만명)등이 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