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는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만나는 게 전혀 뉴스거리가 안 되는데…. 앞으론 (자주 만나서) 뉴스가 안되게 만들어 봅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작년 9월 호주 주요20개국(G20) 회의 당시 이후 근 1년 만인 28일 저녁, 다시 와인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했다. 두 사람이 대동한 양측 간부 10명씩과의 집단 회동은 지난해 최 부총리 취임 직후였던 7월21일 이후 1년 1개월여 만이다.
두 경제수장은 세간의 지대한 관심이 부담됐는지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최근 중국발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 등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맞설 향후 정책대응에 이번 만남이 어떤 촉매제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두 기관 수뇌부 회동은 간략한 인사말 이후 줄곧 비공개로 진행됐다. 양측은 이날도 입을 모아 “친목 차원의 만남”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은 각각 재정(최 부총리)과 금리(이 총재) 정책을 틀어 쥔 두 기관 간에 자연스레 ‘깊은’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본다. 작년 9월 호주 숙소에서 최 부총리와 이 총재가 함께 와인을 마신 뒤, 다음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을 두고 둘의 만남을 예사롭지 않은 시그널로 보는 시각도 생겼다. 당시 최 부총리는 “금리의 ‘금’자도 얘기 안 했지만 ‘척하면 척’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교롭게 1년 만에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은 이날도 반주로 와인을 마셨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경기활성화 기조에 동조, 네 차례 금리를 내린 한은은 최근 들어 금리인하 부작용, 구조개혁 중요성 등을 들며 통화정책 사용에 신중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이 총재가 미국 금리인상, 중국경제 불안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를 강하게 제기(13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한 반면, 최 부총리는 27일 “우리나라는 자금유출을 우려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두 기관의 경제 인식에 균열이 생겼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만남은 무엇보다 내년부터 3년간 적용될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 설정에 사전 교감의 장이 될 수 있다. 한은은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됐다는 판단 아래, 물가관리 범위를 현행(연 2.5~3.5%)보다 하향 조정하거나 저유가 영향 등을 배제할 수 있는 근원인플레이션으로 물가 기준을 바꾸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반면 매년 예산 규모와 연동되는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 저하를 우려하는 기재부는 이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대내외 악재에 대응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관심이다. 다만 가계부채 부담과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 확대 우려가 따르는 만큼, 기재부가 한은에 명확한 의사를 표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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