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장애인권위 소속 학생 6명, 뇌성마비 특수학교 칼슨스쿨 방문
어린이를 위한 동화 제작 앞두고 인형놀이극 공연하며 자신감 얻어
27일(현지시간) 오전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칼슨스쿨. 뇌성마비 특수학교인 이곳에 작은 무대가 만들어졌다. 관객은 5~21세 된 벽안의 환자학생 60여명. 휠체어를 타거나 보조기구를 착용한 이들은 배우들이 토해내는 몸짓 하나하나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무대에선 한국에서 찾아온 대학생 6명의 인형놀이극이 진행됐다. 주의가 산만할 수 밖에 없는 관객들은 말은 달라도 비슷한 처지의 이방인들이 보여주는 인형극이 신기한지 박수를 치고 또 쳤다. 어설프지만 열성을 다한 10여분 공연이 끝나자 캐서린 스커더(여) 교감과 특수교사들도 엄지를 추어 올렸다.
이날 혼신의 무대를 꾸민 주인공은 고려대 장애인권위원회 소속 학생들이다. 공연이 다소 서툴렀던 건 이들 역시 몸이 성치 않은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김채운(18ㆍ여) 박윤상(22) 이동준(24) 최지연(21ㆍ여)씨는 지체장애를 가졌고, 신강희(21)씨와 이정하(18ㆍ여)씨도 각각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다. 도움을 받아야 할 이들은 오히려 비장애인들을 돕겠다며 지난 3월 힘을 모아 ‘장애인식 개선 동화 연구’ 동아리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관하는 ‘장애청년 드림팀’ 가운데 호담(虎談)팀으로 열흘 간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학생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굳이 1만여㎞ 떨어진 이 곳을 찾은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폭력적 시선’을 바꾸고 싶어서다. 물론 요즘엔 면전에다 “당신 부모도 장애인이냐” “왜 그렇게 걷느냐”는 등 모욕감을 주는 행동은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편견과 거리감이 담겨 있다. 뇌성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최지연씨는 “해외에 나갔다가 한국에 돌아오면 갑자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며 “아직 우리사회는 장애인을 대하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최씨의 고민은 동아리 구성원들과 공유됐고 팀원들은 차별과 편견을 없애려면 어릴 때부터 장애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팀장 박윤상씨는 “어릴 때부터 장애와 비장애를 동등하게 여기는 생각이 자리 잡아야 사회 전체의 인식이 변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장차 ‘어린이를 위한 장애 동화’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장애인을 배려하는 뉴질랜드 사회의 모습은 호담팀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인구 500만명도 되지 않는 나라가 소수 장애인에 쏟는 배려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현지에서 만난 교민 진양경(57ㆍ여)씨는 하반신 없이 태어난 뉴질랜드인 디비의 일상을 소개하며 포용의 가치를 강조했다. 뉴질랜드에서는 비장애인이 장애인보다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면 주변에서 힐난하는 등 관심과 배려의 문화가 뿌리내렸다고 했다. 그는 이런 얘기들을 묶어 2001년 책(천상의 사랑)으로 펴내기도 했다. 진씨는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 대학생들이 먼저 나섰다는 사실이 기특하면서도 책을 발간한지 14년이 지났는데 한국에서는 지금도 장애인이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의 발달이 덜 돼 놀림을 받았다는 이동준(24)씨는 “장애인이 장애를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공개해도 따뜻하게 감싸는 사회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오클랜드=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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