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조정석은 2013년 영화 ‘역린’을 함께 찍은 여배우 한지민에게서 최근 휴대전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을 선택해줘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5일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드라마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다’며 보낸 문자였다”며 “기분이 좋아 촬영장에서 스태프들과 즐거움을 나눴다”며 웃었다.
조정석 박보영이 주연을 맡은 ‘오 나의 귀신님’은 지난 22일 7.9%의 시청률(닐슨코리아)로 종영하며 인기를 누렸다. tvN 역대 드라마 가운데 ‘응답하라 1994’와 ‘미생’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시청률이다. 드라마는 소심한 주방보조 나봉선(박보영 분)이 처녀 귀신에 빙의되면 돌변해, 좋아하던 셰프 강선우(조정석 분)에 물불 안 가리고 구애하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조정석과 박보영의 풋풋하면서도 달콤한 커플 연기는 드라마의 흥행을 이끈 비결 중 하나다.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키스하는 방법을 설명하던 납뜩이가 제대로 유쾌한 사랑을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키스의 달인’같았던 납뜩이도 ‘국민 여동생’과의 키스신에서는 무척이나 떨었단다. 조정석은 “박보영이 데뷔 10년 만의 첫 키스신 촬영이라고 해 어떻게 리드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까란 생각에 내가 더 신경이 쓰였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조정석의 연인인 가수 거미는 남자친구의 커플 연기를 어떻게 봤을까. 조정석은 “그 분도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며 응원해줬다”고 답했다.
조정석은 ‘국민 여동생’들과 유독 인연이 깊다. 박보영에 앞서 2013년엔 KBS2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가수 아이유와 짝을 이뤘다. 조정석은 “감사할 따름”이라며 “모두 친동생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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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은 2012년 ‘건축학개론’에서 조연이었지만 개성을 잘 살린 납뜩이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듬해를 위기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 ‘최고다 이순신’이 주말극이라 시청률은 잘 나왔는데, 주위에서 그런 뻔한 캐릭터에 왜 출연했느냐는 질문을 적지 않게 받았다”며 “내가 선택한 작품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해 속이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더 킹 투 하츠’(2012)와 영화 ‘관상’(2013) 등 독특한 소재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은 그는 “확실히 작품 선택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는 고충도 털어놨다.
3남 1녀 중 막내인 조정석은 지인들 사이에서 “유쾌남”이라 불린다. 장난도 잘 치고, 술자리 분위기도 잘 띄워서다. 감정도 풍부한 그는 집에선 작곡도 한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한 곡이 바로 그가 만든 ‘기브 미 어 초콜릿’이란 사랑 노래다. “3년 전 비 오는 날 집에서 술 한잔한 뒤 분위기에 취해 만든 노래”다. 이 노래는 28일 멜론 등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 공개됐다. 조정석은 “내가 만든 노래를 공개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드라마에 대한 사랑을 정말 많이 해 줘 보답차원에서 곡 발표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드라마처럼 귀신에 빙의가 되면 그간 해보지 못한 것 중에 어떤 일을 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조정석은 “가죽 점퍼를 입고 큰 오토바이를 끄는 터프가이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조정석은 10월 개봉할 영화 ‘저널리스트’에서 사회부 기자로 나와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앞두고 있다. 연말부터는 그룹 엑소 멤버인 도경수와 함께 영화 ‘형’ 촬영에 들어간다.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처음 무대에 선 뒤 ‘헤드윅’ 등에 출연해 대학로 뮤지컬 스타로 꼽히는 조정석은 “지금 여러 작품을 보고 있다”며 “내년엔 꼭 뮤지컬을 한 작품 할 것”이라고 힘 줘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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