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극복한 서울대 정원희씨, 학위수여식서 졸업생 대표로 연설
“제 삶을 지탱한 건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28일 오전 서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69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연단에 선 경영학과 정원희(25ㆍ여)씨는 연설 내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발견할 수 있었던 변화와 꿈에 대해 역설했다.
정씨는 생후 11개월에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2급 장애인이다. 어릴 적부터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했고 늘 편견에 직면해야 했지만, 2009년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정씨는 “태어났을 때 시설에 맡기라는 사람도 있었고 초등학교 입학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내 인생에서 ‘가능성’에 대해 말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런 정씨에게 부모님은 늘 가능성을 지지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정씨는 “인생 최고의 멘토였던 부모님은‘장애는 불편요소일 뿐 어떤 불가능도 가져 오지 않는다’라고 말해줬다”며 “그 덕에 장애를 제약조건으로 인식하지 않고 무한한 꿈을 키워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대학생활 동안 다양한 도전을 펼쳤다. 그는 “장애아동들을 위한 교육봉사 및 멘토링에 참여했으며 휠체어를 타고 홀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교환학생을 가 다양한 문화를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때 정씨는 취업과 연극을 놓고 진로를 고민할 정도로 연극에 매진하기도 했다. 재학 중에는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의 구성원으로 10여회 이상 공연을 열었고 직접 장애인의 성과 사랑을 다룬 연극에 출연하기도 했다.
정씨는 마지막으로 졸업생들을 향해 “‘삼포세대’,‘달관세대’ 등 뉴스는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며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불가능을 가능함으로 바꾸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으므로 불가능 속에서 가능함을 증명해주는 삶을 살자”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878명, 석사 969명, 박사 524명 등 총 2,371명이 학위를 받았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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