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2008년 연구논문 재실험
심리학 관련 실험 결과 중 상당수가 과장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뉴욕타임스는 2008년 한 해 동안 권위 있는 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의 절반 이상의 연구가 재실험에서 가설 입증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2011년 버지니아 대학 심리학 연구팀은 2008년 3대 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논문 100건을 대상으로 재실험을 수행했다. ‘재현성 프로젝트’(Reproducibility Project)라 명명된 이 연구에서 35건만이 가설 재입증에 성공했으며, 62건은 실패했다. 3건은 결론이 명확히 나오지 않아 결과에서 제외됐다. 연구자들은 또 대부분의 연구 결과의 증거가 처음 연구에서 주장한 것만큼 강력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고 이 결과를 27일자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재입증에 실패한 연구 가운데에는 널리 인용되는 연구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자유 의지에 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행동이 미리 결정돼 있다’는 내용의 대목을 읽은 실험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다음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재입증에 실패했다. 그래프에 두 점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실험 참가자 중 가족 구성원간 정서적 친밀감이 약할수록 두 점 간 거리를 멀게 표시한다는 정서적 친밀감과 물리적 거리의 연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또 가임기 여성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미혼 남성의 매력을 높게 평가한다는 배우자 선호도 조사도 재실험에서 근거와 주장의 연관성이 약한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최근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발표한 논문의 철회 횟수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과학계 전반에 화려한 결과만을 선호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연구 재현이나 주목 받기 힘든 진지한 연구는 관련 저널 개제하기 힘든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연구를 주도한 브라이언 노섹 버지니아 대학 심리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학계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대한 재현 검증 강화 필요성과 연구자금 제공과 저널 게재의 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문제가 비단 심리학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학계에서 발표된 연구결과 역시 절반 가량 잘못됐거나 과장됐다고 추정하는 스탠포드 대학의 메타 연구 혁신센터의 존 요아니디스 박사는 “연구 검증시스템의 허술함은 세포 생물학, 경제학, 신경과학, 임상의학 등 다른 분야에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