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17일 산림 조성은 수백년" 시민단체, 가리왕산 환경파괴 지적
"경사 심한 곳에 이주 단지 조성" 터전 잃은 지역 주민들도 불만
'하나된 열정' 슬로건 부끄럽지 않게 여론 수렴·공론화로 혼란 없애야
‘Passion Connected(하나된 열정).’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대회 개막을 1,000일 앞둔 지난 5월16일 새로운 슬로건을 발표했다. ‘Passion Connected’다. ‘하나된 열정’이라는 뜻으로 10년 동안 평창올림픽 개최를 꿈꿔온 강원도민들만의 염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개최하는 첫 번째 동계올림픽으로서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치러내자는 의지가 담긴 슬로건이다. 그동안 평창올림픽은 분산 개최 논란, 개ㆍ폐회식장 이전, 도내 지역 갈등, 조직위ㆍ문체부ㆍ강원도의 3각 불협화음으로 질타의 대상이 된 것이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분산 개최가 대회 관련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조직위는 이 논란의 불씨가 어느 정도 잠잠해진 후에야 ‘하나된 열정’이라는 슬로건을 발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진 않았다. 예정지 선정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심했던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이 대표적이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경우 2013년 이미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하고 2014년 5월부터 경기장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뜬 상태다. 환경단체들이 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까지 신청하는 등 거세게 저항했지만 현재까지 공정율 27.4%를 기록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발 지점을 가리왕산의 하봉으로 수정했다”면서 “이 과정을 통해 환경파괴를 최소화했고, 건설 현장의 주목 1,200여 그루는 다른 곳으로 옮겨심었다. 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경기장의 50% 이상은 복원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리왕산 산림 훼손 여부를 감시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이미 공사가 시작됐으니 스키장이 건설되는 것은 막을 수 없겠지만 애초에 강원도가 책임지기로 한 산림 복원 의무에는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석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식재와 경기장 복원은 애초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을 해제할 때 지키기로 한 강원도의 사후복원 의무”라면서 “이 최소한의 의무를 지키는 것으로 모든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팀장은 이어 “평창올림픽대회 기간은 17일에 불과하지만 산림을 가꾸는 일은 수십, 수백년이 걸리는 일”이라면서 “당장에 공기를 맞추는 일에 급급하기 보다는 동시에 복원 계획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파인 경기장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이주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강원 정성군 북평면 숙암리 일대 13가구는 경기장 건설로 인해 터전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역 주민들은 경사가 심해 주택을 지을 수 없는 곳에 이주 단지가 조성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에서 분산 개최될 가능성이 언급됐던 스노보드 빅에어(big air) 종목 개최지 선정, 돔 형태의 개ㆍ폐회식장 건설 문제 등 하루속히 매듭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조직위는 시설 비용과 관람객 유치를 명분으로 신규종목 스노보드 빅에어 서울 개최를 검토하고 있지만 강원도는 평창에서 개최돼야 한다며 펄쩍 뛰고 있다.
무엇보다 ‘Passion Connected’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론을 한데 모으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다. 분산 개최 논란 당시에도 대회 관련 주체들이 상반된 목소리를 내 혼란을 부추긴 바 있다. 하나된 열정을 위해서는 하나된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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