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은 위험하다. 맑은 하늘에 빠져들수록 쓸데없는 고독에 잠기기 쉽다. 동화처럼 짙푸른 하늘은 아픈 추억이 새어 나올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무작정 떠나고 싶은 충동이 날로 강해진다면 하늘 보는 횟수를 줄여 보자. 사랑하기 딱 좋은 달콤한 하늘도 솔로에겐 그저 눈 부신 공허함일 뿐. 넉넉한 하늘을 닮고자 무턱대고 먹다 보면 돼지 꼴을 면하기 어렵다. 가을 하늘은 항상 높고 푸르러야 한다는 편견도 문제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 한 장 쓸 여유조차 없다니… 볼수록 아련한 하늘 빛, 상쾌한 구름의 향연, 이 풍경 저 경치 닥치는 대로 찍다 보면 어느새 저장용량의 압박에 직면하고 만다.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에 빠져들지 않기로 작심하는 이유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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