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Culture and English (문화와 영어)
미국은 출생지주의 헌법 규정이 있기 때문에 영토 내에서 출생하는 사람은 누구나 미국 시민권을 받는다. 이는 1868년 남북전쟁 이후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자녀도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한 헌법 수정조항 14조 덕택이다. 현재 불법 체류자의 신생아 출산 숫자가 한해 40만명 이상이라는 보도도 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Trump 진영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소위 anchor babies라는 말이 논란의 표현이 되었다.
전체 인구의 13%가 이민자인데 그 중 신생아 비율이 23%나 되는 것을 보면 원정 출산은 시민권 획득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듯하다. 공화당의 Trump 대선 출마자는 헌법 수정 조항 14조를 고쳐서라도 관련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정하자고 주장한다. 미국과 캐나다 중남미 국가에서 출생지주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Trump가 민감한 문제를 거침없이 주장하는 배경에는 대선 출마자 가운에 유일하게 후원금을 받지 않고 자기 돈으로 선거 비용을 치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원정출산(birth tourism) 문제는 금년 초 California 지역에서 불법 원정출산 중국인 10명이 검거되면서 대두됐다. 한편 아버지 Bush, 형 Bush 대통령에 이어 Florida주지사인 동생 Jeb Bush도 대선에 뛰어들었다. Florida주에는 히스패닉 인구가 많기 때문에 Hispanic인구의 표심을 위해 Spanish로 말하고 불법 이민을 ‘act of love’로 미화한다. Bush 후보가 오히려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인들이 anchor babies 문제를 더 많이 악용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전체 유권자 중에서 아시아계(3%)보다 히스패닉계(10%)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Anchor baby라는 표현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본래 어린이 지원 단체에서 1986년 맨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말은 anchor children이었는데 2006년에 이 용어가 ‘이민제도 개선’ 이슈와 함께 대중화되었고 미국의 방언사전에 수록된 것도 2006년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베트남 패전 이후 boat people 난민의 이주에서 온 말이 아니다. 1986년 이후에 대중화된 것과 용어의 발전사를 보면 사회현상을 비유하여 부른 결과로 알 수 있다. 원정출산(birth tourism, maternity tourism)이나 anchor baby 문제, 한국의 ‘기러기 가족’의 자녀를 영어로 parachute child(낙하산 자녀)라고 부르는 것도 유사한 과정을 거쳐 생긴 말이다. 기러기 아빠를 직역해서 goose daddy라고 하기보다는 parachute daddy라고 말하고 미국에서 혼자 공부하는 아이를 parachute child라고 하는데 모두가 한국인에게는 씁쓸한 표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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