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은 심장혈관과 달리 미세하고 굴곡이 심해 심장용 스텐트를 사용할 경우 뇌혈관까지 스텐트가 닿지 않거나 시술 도중 혈관이 터질 위험성이 있다. 이 때문에 뇌혈관만을 위한 좀 더 정교한 스텐트 시술이 필요하다. 혈관이 많이 좁아지지 않았으면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하고, 혈관이 70% 이상 좁아진 환자 가운데 뇌경색 증세가 있는 경우에만 뇌혈관 전용 스텐트 시술을 시행한다.
뇌혈관 전용 스텐트 시술은 환자의 허벅지에 3~4㎜ 가량의 작은 구멍을 내고 대퇴동맥을 통해 뇌혈관까지 가는 관(카테터)을 밀어 올린 뒤 풍선으로 좁아진 혈관을 넓힌 다음 그 공간에 스텐트를 주입한다. 이 때 사용하는 스텐트는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어져, 자동으로 늘어나 넓어진 뇌혈관을 지탱한다.
미국심장학회(AHA)와 미국뇌졸중학회(ASA)는 최근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 뇌혈관 스텐트를 이용한 혈전 제거술을 1차 치료법으로 인정했다. 이번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은 ‘뉴 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린 SWIFT PRIME, REVASCAT 등 5개의 글로벌 임상시험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들 연구에서 기존 치료법인 r-tPA(액티라제) 주사요법에 추가적으로 뇌혈관 전용 스텐트인 ‘스텐트 리트리버(stent retriever)’를 이용한 혈전 제거술을 시행하는 것이 r-tPA 주사요법을 단독으로 사용한 시술결과보다 치료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텐트 리트리버는 혈관 내 카테터를 통해 막힌 뇌동맥에 접근해 혈전을 없애고 혈류 회복을 돕는다.
제프리 세이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뇌졸중센터장은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은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 치료에 있어서 중대한 발전”이라며 “급성기 허혈성 뇌졸중에서 시간 손실은 곧 뇌의 손실과 직결되므로, 응급을 요하는 대혈관 폐색 환자는 최대한 빨리 이런 치료법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혈관 전용 스텐트는 2007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시술되고 있다. 국내에는 신용삼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2010년 처음 도입했다. 신 교수는 “뇌혈관 전용 스텐트 시술로 인해 뇌졸중 환자를 더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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