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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서 불륜이었던 베토벤과 제수, 현실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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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서 불륜이었던 베토벤과 제수, 현실에선…

입력
2015.08.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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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법정· 조병선 지음· 뮤진트리 발행ㆍ428쪽ㆍ2만2,000원
클래식 법정· 조병선 지음· 뮤진트리 발행ㆍ428쪽ㆍ2만2,000원

작곡가 베토벤(1770~1827)이 조카 카를에 대해 쏟은 애정은 각별했다. 독신인 그는 동생이 폐결핵으로 9살짜리 아들을 남기고 죽자 아이 엄마가 있음에도 조카를 직접 키워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고, 버나드 로즈 감독은 상상력을 더해 영화 ‘불멸의 연인’에서 제수와의 불륜관계로 은유했다. 그러나 카를의 양육에 관한 법정 기록을 보면 베토벤과 제수 요한나의 관계는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았다.

동생이 죽은 뒤 베토벤은 ‘요한나는 어머니로서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둘러싸고 소송을 벌였고, 그녀의 도벽을 근거로 제시했다. 요한나는 두 번이나 자기 집의 귀금속을 훔쳐 가출했고 1811년에는 누군가에게 진주목걸이를 비싸게 팔아주겠다고 목걸이를 받아 경찰에 분실신고를 한 다음 그 목걸이를 버젓이 걸고 돌아다니다 발각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베토벤을 단독 후견인으로 판결했지만, 요한나는 베토벤이 계급상 평민임에도 평민법원이 아닌 귀족법원에 사건을 의뢰했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고 베토벤은 평민법원에서 패소해 후견인 자격을 박탈당했다. 베토벤은 다시 소송을 내 끝내 후견자로 인정받았고 이 항소심이 진행된 1819년 한 작품도 발표하지 못했다.

클래식 애호가이자 법학자인 조병선 청주대 법학과 교수가 클래식 음악가 38명의 44개 법정 소송 기록을 책으로 묶었다. 종교법 때문에 리스트가 14년의 소송 끝에 결혼을 포기한 사연, 원론적으로 해석한 저작권법으로 라벨의 막대한 저작권료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에게 넘어간 이유 등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각종 사료를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지만, 소송 판례 기록 등 출처를 한 줄도 표기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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