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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화] ‘사랑의 징표’ 바질로 만든 푸실리 파스타

입력
2015.08.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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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하면 떠오르는 허브 ‘바질(Basil)’. 이탈리아어로는 ‘바질리코(Basilico)’라 불린다. 바질은 ‘허브의 왕’으로 통하는데, 그 어원 또한 왕을 뜻하는 라틴어 ‘바실리스카(Basilisca)’, 그리스어 ‘바실리콘(Basilikon)’에서 유래 됐다.

바질은 토마토와 잘 어울려 이탈리아 요리에 주로 사용된다. 바질은 잎을 만지기만 해도 달콤하면서 강한 향을 내뿜는다. 바질의 잎은 심장의 모양을 닮았는데, 그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사랑의 징표로 쓰이기도 한다. 인도에서는 바질 향기가 공기를 맑게 하고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식물로 인식돼 있으며, 힌두교에서는 신에게 바치는 성스러운 허브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허브도 바로 바질이다.

바질로 만드는 음식하면 대표적인 것이 바질 잎과 잣, 치즈, 올리브 오일로 만드는‘바질 페스토(Basil Pesto)’다. 사실 난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는 이런 소스가 있는 줄도 몰랐다. 당연히 먹어 본적도 없다. 바질 페스토로 만든 파스타를 처음 먹어본 것은 미국 유학 시절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먹는 ‘고수’라는 허브도 접했는데 맛을 보자마자 바로 속이 좋지 않았다(지금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지만 당시에는 고수 맛이 마치 예전에 어머니들이 쓰던 콜드크림이라는 화장품 맛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바질은 내 입에 딱 맞았다. 바질 향을 향수로 만들어 뿌리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게 됐다. 한국식당에 고기를 구워먹으러 갈 때도 바질을 일부러 사가서 쌈을 싸먹을 정도였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당시 1997년)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허브인데다 가격도 아주 비싸서 페스토를 만들어 먹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이탈리아 레스토랑들이 붐을 이루면서 이전에 비해 바질이 쉽게 눈에 띄었다. 하지만 큰 마트에서나 구매가 가능했다. 외국인 상대 마트에서는 바질을 항상 판매하고 있었지만 가격이 비쌌다. 생바질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바질가루만을 이용해 소스를 만들었다.

그렇게 바질가루라도 사용할 수 있음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던 차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여름철에 가락동 농산물시장 특수작물 도매상에 가면 바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보를 입수 하자마자 가락동으로 달려갔다. “언~빌리버블(unbelievable)”. 큰 비닐봉투에 생바질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가격도 믿지 못할 만큼 쌌다. 나는 감격해서 2㎏이나 구입했다(말이 2㎏이지 생잎 2㎏면 엄청난 양이다. 깻잎 2㎏의 양을 생각해 보라). 그리고 그날 하루 종일 바질 페스토를 만들어 냉동실에 쌓아놓고 먹은 적이 있다. 요즘은 마트에서 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파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래도 여름 제철에 사는 게 싸니 여름이 가기 전에 넉넉히 만들어서 친구들과 나눠먹으면 좋겠다.

요리사 겸 배우

● 바질 페스토 푸실리 파스타

재료(2인분 기준) : 페스토 소스(바질 50g, 마늘 1개, 파마산 치즈 갈은 것 70g,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 갈은 것 30g, 잣 4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90ml, 버터10g), 푸실리 200g, 감자 1개, 줄기콩 50g

● 만드는 법

1. 끓는 물에 바질을 3초 정도 데친 후 마늘, 볶은 잣, 올리브유와 함께 핸드믹서기로 곱지 않게 간다.

2. 1에 파마산·페코리노 로마노 치즈를 넣고 거품기로 섞어 페스토 소스를 만든다.

3. 천일염 넣은 물에 푸실리를 약 5분 정도 삶는다. 천일염은 물 양의 1%.

4. 썰어놓은 감자와 줄기콩을 넣어 4~5분 정도 더 삶아 건진다.

5. 삶은 푸실리, 감자, 줄기콩을 페스토 소스와 버무린다.

※ 이해를 돕기위해 '완판 10분 레시피'에서 방송했던 영상을 첨부합니다.

서태화 '쿡스타그램' ▶ 시리즈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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