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가 온통 핏빛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참혹한 전쟁의 뒷모습 같지만 사실은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작은 마을 ‘부뇰’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토마토 축제(라 토마티나)의 풍경이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이 행사에 평소 40여 톤보다 3배 이상인 150톤의 토마토가 공수된다고 한다. 사용되는 토마토는 싸고 저급한 품종으로 죄책감 없이 낭비할 수 있다지만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다. 말다툼을 하던 젊은이들이 토마토를 던지며 싸웠던 유쾌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듬해 다시 토마토를 던지고 싸웠던 것이 축제의 기원이다.
수박모자를 쓰고 한바탕 즐거운 전투를 치룬 두 사람이 나누는 키스는 화해의 표시일까? 애정 표현일까?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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