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박지성 형이다. 지성이 형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지난해 말 손흥민(23·독일 레버쿠젠)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롤 모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 같이 대답했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박지성이 뒤를 따를 준비를 하고 있다.
독일의 빌트와 키커, 영국의 BBC, 스카이스포츠, ESPN FC 등 유럽 주요 외신들은 "손흥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이적이 유력하다"며 "이적료는 3,000만 유로(약 408억 원) 선이 될 것"이라고 26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손흥민의 이적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며 "조만간 잉글랜드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손흥민의 이적 사실은 레버쿠젠의 루디 펠러 단장과 로저 슈미트 감독도 인정했다. 펠러 단장은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영입 제의를 했다"며 "우리 조건에 맞는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감독도 "토트넘 이적은 본인의 선택이었다. 계약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백지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손흥민의 이적을 기정사실화했다.
손흥민은 메디컬 테스트만을 남겨둔 이적 완료 직전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디컬 테스트는 이적 직전 선수의 신체 이상을 확인하는 최종 작업이다. 중대한 부상 등 큰 하자가 없을 경우 무난하게 이뤄지곤 한다.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손흥민은 역대 한국인 13번째 프리미어리거가 된다. 한국 축구는 박지성을 시작으로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김두현, 조원희, 이청용, 박주영, 기성용, 지동원, 윤석영, 김보경 등 프리미어리거를 배출했다.
그 동안 두각을 나타낸 프리미어리거로는 박지성(맨유•134경기 19골•이하 정규리그 성적), 이영표(토트넘•70경기 7골), 설기현(레딩•30경기 4골), 이청용(볼턴•176경기 17골), 기성용(스완지시티•63경기 8골) 등이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향후 손흥민이 한국인 역대 최고의 프리미어리거로 꼽히는 박지성을 뛰어넘을 것인가이다. EPL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단 초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팀내 주전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방출도 염두에 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EPL은 독일 분데스리가보다 공격 템포가 빠를뿐더러 거친 몸싸움으로도 유명하다. 빠른 역습 전개로 득점하는 게 손흥민의 주공격 루트였던 만큼 일단 스피드에서는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문성 SBS 스포츠 해설위원도 "스피드가 좋은 손흥민은 공수전환이 빠른 EPL 축구 스타일에 잘 맞는다고 본다"며 성공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다만 피지컬과 몸싸움에서는 의문부호가 달려 있다. 손흥민(183cm, 76kg)은 EPL에서 실패를 맛본 일본의 카가와 신지(172cm, 63kg)보다 피지컬이 좋다. 하지만 높이와 체력을 자랑하는 유럽 선수들의 몸싸움을 지속적으로 감당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게다가 EPL은 분데스리가보다 경기장 규모, 관중수와 열기, 비즈니스 규모 등 스케일이 크다. EPL 선수들이 겪는 특유의 중압감을 어떻게 견뎌내느냐가 손흥민의 도전과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손흥민(위, 페이스북)-박지성(맨유 페이스북).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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