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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새 산실, 스마트폰 '스몰 스크린'

입력
2015.08.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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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생산 시스템의 변화…스마트폰 화면으로 콘텐츠 소비

친근함·익살로 10대서 선풍적… 대형 방송사 시청률 앞질러

커지는 영향력에 몰리는 돈… 시청시간 급증 유튜브 광고 껑충

페이스북 등이 동영상업체들 속속 인수하며 거대시장 합류

전 세계적인 스몰 스크린 스타로 부상한 아일랜드 가수 브라이. 그의 동영상 채널은 모두 2,000만명이 봤다. 유튜브 동영상 캡쳐
전 세계적인 스몰 스크린 스타로 부상한 아일랜드 가수 브라이. 그의 동영상 채널은 모두 2,000만명이 봤다. 유튜브 동영상 캡쳐

저녁식사를 마친 가족이 모여 같은 TV 방송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각자 방에서 스마트폰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채널을 즐기는 풍경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TV화면에 비해 매우 작으면서 ‘1인용’으로 주로 이용되는 스마트폰 액정화면과 이를 통해 보는 각종 콘텐츠를 뭉뚱그려 ‘스몰 스크린(Small Screen)’이라 부른다. 영국 등 영상미디어 선진국에선 요즘 이 스몰 스크린이 그야말로 뜨거운 존재다. 시청률에서 어느새 BBC 등 대형 방송사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앞지르기 시작한 스몰 스크린이 급기야 대중 스타를 탄생시키는 ‘산실(Breed)’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개인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결국 대중 스타가 빛을 잃고 ‘스타의 개인화’도 뚜렷해지자 TV드라마나 영화, 대중음악을 통해 만들어지던 스타 생산 시스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에서 할리우드 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댄과 필. 이들의 수다에 10대 소녀팬들이 열광한다. 매주 올라오는 이들의 동영상은 편당 조회 수가 1,000만건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 유튜브 동영상 캡쳐
영국에서 할리우드 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댄과 필. 이들의 수다에 10대 소녀팬들이 열광한다. 매주 올라오는 이들의 동영상은 편당 조회 수가 1,000만건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 유튜브 동영상 캡쳐

할리우드 스타 버금가는 인기

지난 16일 유튜브 관련 시민 페스티벌 ‘섬머 인 더 시티(Summer in the City)’가 진행된 영국 런던 엑셀센터에는 1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대다수가 10대 여학생으로 요란한 복장과 분장을 한 채 스마트폰을 들고 수백 명씩 줄을 섰다.

유명 스타의 공항 입국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풍경 속으로 등장한 인물들은 그러나 누구나 쉽게 알아챌 만큼 ‘유명인사’가 아니었다. 소녀들이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수 시간을 기다렸던 이들은 동영상서비스 유튜브(Youtube) 스타 댄(Dan)과 필(Phil)이었다. 20대 남성인 이들은 유튜브에서 운영하는 자신들의 채널을 통해 소파에 앉아 침구를 잘못 선택해 일상을 망친 내용으로 수다를 떨고 눈가리개를 한 채 서로의 얼굴에 화장을 해주는가 하면 얄궂게 다리 제모를 하며 폭소를 터뜨린다. 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동영상 채널은 그러나 편 당 평균 시청자가 50만명에 달하고, 시청자가 1,000만명에 달하는 일도 다반사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영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러한 기록은 영국 공중파 방송 BBC나 채널4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의 시청률이다”라고 평했을 정도다.

텔레그래프는 “셀러브리티의 새로운 산실로 떠오른 ‘스몰 스크린’의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댄과 필 등 스몰 스크린 스타가 영국 기성세대에겐 테일러 스위프트(미국 가수)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들의 자녀는 매일 밤 침대에서 이들의 우스꽝스러운 수다와 연기를 손바닥만 한 스크린으로 탐닉하고 있다.

‘섬머 인 더 시티’ 행사장에서 소녀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은 스몰 스크린 스타는 댄과 필 뿐이 아니다. 역시 수백 명이 긴 줄을 이룬 곳에 아일랜드 출신 가수 브라이가 서 있었다. 전형인 스몰 스크린 스타인 그는 일반 가수들과 달리 2013년 데뷔 후 매니저와 소속사를 두지 않은 채 오직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서 이름을 알렸다. 유튜브에서만 구독자 45만명을 확보하고 음악 동영상 2,000만뷰(View)를 달성해 45개 국가로 공연을 다닐 정도의 ‘스타’가 됐지만 여전히 그의 스케줄을 정리하고 팬 관리를 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를 만나기 위해 긴 줄에 선 채 아침을 때우던 16세 소녀 엘렌 존스는 “TV나 영화 스타와 달리 이들은 팬과 언제라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어 더욱 친근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스몰 스크린 스타들이 TV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가장 큰 이유는 ‘친근함’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채널 ‘톰스카(구독자 수 370만 명)’로 유명세를 누리는 스몰 스크린 스타 톰 리지웰은 “나를 포함해 대부분 인기가 높은 스몰 스크린 콘텐츠들은 열다섯 살 청소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 캘리포니아 출신 베타니 모타(19)는 메이크업과 쇼핑에 대한 이야기로 꾸민 동영상 채널은 통해 93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유튜브 캡쳐
미 캘리포니아 출신 베타니 모타(19)는 메이크업과 쇼핑에 대한 이야기로 꾸민 동영상 채널은 통해 93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유튜브 캡쳐

스몰 스크린으로 몰리는 ‘빅 머니’들

스몰 스크린이 스타의 산실로 떠오르면서 미디어 업계에서 이들의 위상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스몰 스크린인 유튜브는 올 상반기 지난해 동기 대비 시청분량은 60%, 동영상에 광고를 싣는 기업의 수는 40%가 늘었을 정도이다. 전체 온라인 동영상 업계의 광고 시장도 연간 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스몰 스크린에 돈이 몰리면서 유튜브의 독주를 견제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며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등이 군소 동영상 서비스 업체를 속속 사들이면서 스몰 스크린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스몰 스크린 업계는 현재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페이스북이 유튜브에 앞서는 이용자(15억명)를 토대로 보다 많은 동영상 유통을 꾀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비디오 애플리케이션인 바인(Vine)과 페리스코프(Periscope)를 인수한 트위터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독일의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업체인 스튜디오71의 대표 세바스찬 베일은 “그 동안 유튜브가 점유해온 스몰 스크린 업계가 수년 안에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애플TV 출시 등 플랫폼이 계속 다양화하면서 스몰 스크린 비즈니스의 영역은 더욱 넓어지고 여기서 태어나는 스타들의 위력은 꾸준히 커질 전망이다. 동영상 서비스 업체 베슬(Vessel)의 CEO인 제이슨 킬라는 “올해야말로 디지털동영상 업계에겐 가장 큰 격변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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