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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한국은 아직도 "운전자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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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한국은 아직도 "운전자 잘못!"

입력
2015.08.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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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충북 충주시 충주의료원에서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택시가 출입문을 부수고 현관로비로 돌진, 기둥을 받고 멈췄다. 국내에서 급발진 의심사고는 매년 약 1,000건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요타가 미국에서 자동차 급발진 사건 소송으로 총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발진의 책임소재가 제작사에 있음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미국의 경우 급발진 의심 사건에 대해 제작사가 제품에 이상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운전자가 원인을 입증해야 한다. 토요타의 사례를 계기로 운전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법률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토요타, 7월까지 급발진 소송 338건 합의

2007년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캠리 승용차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했다. 토요타는 제작 결함을 부인했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무법인 바른과 한국소비자안전학회가 27일 개최한 'EDR (사고기록장치)을 활용한 사고분석과 토요타 급발진 소송 현황' 등 국제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토요타는 소송과 관련해 지난 7월까지 소송 합의금 등으로 총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10월 캠리 급발진 사고와 관련한 소송에서 배심원단은 캠리의 급발진이 엔진스로틀컨트롤시스템(ETCS)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소프트웨어 컨설팅업체 바그룹의 분석을 인정했다. 배심원단이 피해자들에게 300만 달러(약 31억8,000만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리고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산정하려 하자 토요타는 곧바로 피해자들과 합의에 들어갔다. 토요타는 미국 법원에서 배심원 재판 대신 신속 조정절차를 활용해 400여 건의 급발진 소송 중 338건에 합의했다. 도요타는 급발진 문제 은폐와 관련해 지난해 3월 미국 법무부에 벌금 12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내고 기소유예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1,200만 대를 리콜했다.

● 국내에서도 매년 100여건 이상 발생…운전자 입증 구조 개선해야

국내에서 급발진 의심 신고는 매년 100여건을 웃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 결함신고센터에 접수된 자동차 급발진 의심 신고는 2010년 28건, 2011년 34건, 2012년 136건, 2013년 139건, 2014년 113건으로 꾸준하다. 올해 상반기까지 32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10배는 많은 1,000여건에 이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운전자에게 불리한 법률적 구조 탓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국내에서는 미국과 달리 자동차의 급발진 원인을 운전자가 규명해야 한다. 소송까지 가더라고 제작사가 승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탓에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급발진 소송에서 제조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없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배상책임에 대해 원인 규명이 명확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제작사만 유리한 구조라며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는 무심한 행태라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법률적인 구조가 제조사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며 "미국처럼 제조사가 제품에 이상이 없음을 인정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전자의 의도와 전혀 다른 차량의 이상 현상을 입증할 수 있는 장치가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김 교수는 "이를 적극 이용 하면 급발진이 운전자의 잘못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며 "운전자의 잘못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제조사가 적극 나서 제품에 이상이 없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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