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20여명이 매주 모여 구슬땀
아동센터ㆍ할머니공동체 등에 전달
“해야 할 많은 일 중에 빵 굽는 봉사가 이젠 가장 중요한 일이 됐어요.”
서울 송파구 오금동 ‘다우리 북카페’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솔솔 피어난다. 북카페가 ‘빵굼터’로 바뀌는 날이면 평소 조용하던 곳에 10여명이 몰려 빵을 만드느라 북적거린다. 머핀, 팥빵, 마들렌, 소보로 등을 4~5시간씩 걸려 매번 구워내 정성스레 포장한다.
8년째 한 주도 빠짐없이 빵을 만들어 사랑이 필요한 이웃과 나누고 있는 모임이 있어 화제다. 재료 구입부터 빵을 구워 이웃들에게 전달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하고 있다.
‘다같이 함께 하는 울타리’란 의미의 ‘다우리’는 빵을 통해 이웃에게 봉사하고 싶은 이들이 8년 전 하나, 둘 자연스레 어울려 만든 봉사모임이다. 모임 초기 좋아하는 빵을 만들어 이웃과 나눈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빵을 구울 공간이 마땅치 않아 지역의 복지회관이나 여성회관, 푸드뱅크 등을 전전하며 빵을 구워야만 했다. 그러다 2013년 11월 오금동 문정중앙침례교회 내 ‘다우리 북카페’를 열고 비로소 둥지를 틀었다. 다우리 대표를 맡고 있는 최돈회 목사가 교회 한 쪽을 내준 것이다. 말이 교회 한 쪽이지 실상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다우리 북카페 규모가 교회 공간보다 더 크다.
빵이 좋아 이제는 제빵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최돈회 목사는 “함께 하는 회원들의 변치 않는 열정에 오히려 감동을 받는다”며 “오래된 봉사단이다 보니 거주지가 송파가 아닌 분들도 많은데 멀리서 찾아와 하루를 온전히 봉사에 쏟는 회원들을 볼 때면 이래서 세상이 참 살만하구나 하고 느낀다”고 말했다.
총 20여명에 이르는 다우리 회원들은 단순히 빵을 굽는데 그치지 않는다. 매월 2만원씩 회비를 걷어 모든 재료를 구입하고 회원 10명은 매주 북카페에 모여 하루 250~300개의 빵을 굽는다. 빵을 굽는데 걸리는 시간만 4~5시간이고 재료 준비, 주방 정리까지 하면 하루를 온전히 투자하는 셈이다. 하루 일과가 취미를 넘어 노동의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회원 누구 하나 얼굴 찌푸리는 일이 없다.
20여명의 정성으로 구운 빵은 송파구 지역아동센터 3곳과 그룹 홈 3곳, 그리고 시각장애인 할머니공동체까지 따끈한 상태로 배달된다. 공동체에 배달하고 남은 빵은 홀몸노인에게 개별적으로 전달하며 안부 챙기기까지 한다.
홀몸노인에게 빵을 배달하는 조은미씨는 “막상 시작해 보니 봉사는 그리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며 “비라도 많이 오면 이제는 초등학생 아들이 먼저 ‘할머니들 괜찮으신지 빨리 가보세요’라고 연락을 할 정도로 가족 모두 지원하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다우리’처럼 자생적으로 활동하는 민간봉사단의 활동이야말로 우리사회 구석구석을 실핏줄처럼 잇는 건강한 나눔의 실천”이라며 “구청에서도 민간봉사단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격려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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