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자 2명이 생방송 도중 총격 피살된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에선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숨진 두 기자의 가족과 지인들은 아직도 둘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6일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며 “이 나라에서 총기 관련 사고로 숨지는 사람 수가 테러로 사망한 이들보다 훨씬 많다”고 개탄했다.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총기 폭력이 미국에서 얼마나 일상화 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며 “총기 폭력을 줄일 상식적인 조치들이 분명히 있고, 이를 실현하는 것은 의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임기간 주요 과제로 총기규제법안 통과를 꼽아 왔지만, 각종 이해단체들의 반발로 번번히 힘을 얻지 못했다. 특히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에서 일어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아동 20명 등이 목숨을 잃은 후 총기규제법 입안을 추진했으나 미국 총기협회(NRA) 등의 총력 저지로 무산됐다.
올 3월에는 마이클 톰슨(민주ㆍ캘리포니아)와 로버트 돌드(공화ㆍ일리노이) 하원 의원이 총기 구매자 신원조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총기규제 강화 법안을 재발의 했으나 의회 심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어니스트 대변인에 이어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제는 총기 폭력을 멈추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의회가 즉각 총기규제 강화 입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총격으로 숨진 WDBJ 방송사 소속 앨리슨 파커(24·여) 기자와 애덤 워드(27) 카메라 기자의 가족, 지인들은 참담한 마음으로 이들을 추억하고 있다. 파커 기자의 아버지 앤디 파커는 AP에 “어안이 벙벙하고 절망적”이라면서 “앨리슨은 우리 가족의 빛이었는데 그 빛이 이젠 없어졌다”고 말했다. 파커 기자의 남자친구이자 같은 방송사 앵커인 크리스 허스트도 트위터에 “파커와 함께한 9개월은 내 생에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다”면서 “할 말을 잃었다”고 밝혔다.
워드 기자의 직장 동료였던 솔리나 르위스는 CNN을 통해 “그는 훌륭한 저널리스트였으며 계속 삶을 이어갔다면 훌륭한 남편, 아빠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워드 기자의 애인이자 역시 WDBJ의 직원인 멜리사 오트는 총격 사건 당시 방송 조종실에서 현장을 직접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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