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한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지난 20일 전승절 참석을 발표하면서도 열병식 참관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뤘다가 일주일 여 만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만큼 판단이 어려웠다는 뜻이다. 미국이 우리의 전승절 참석 자체를 반기지 않는 상황에서, 또 6ㆍ25 전쟁 때 중국 인민해방군과 총부리를 겨눴던 악연을 생각하면 중국 열병식에 우리 군통수권자가 참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전승절이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어서 우리로서도 항일의 정신을 공유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중국이 열병식을 군사적 굴기를 과시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저의 역시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은 의전상 불가피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외교의 도약을 위해서도 옳은 결정으로 평가한다. 행사의 핵심인 열병식에 불참하는 것은 애써 결정한 전승절 참석의 의미마저 스스로 퇴색시킬 수 있었다. 중국도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관을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고 한다. 참관 각국 정상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을 가장 먼저 호명했고, 6ㆍ25전쟁 참전부대는 열병식에서 제외했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대표로 보내는 북한이 군부대를 열병식에 보내지 않는 것도 박 대통령의 참관을 편하게 해준 측면이 있다.
중국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30여명의 다른 국가 정상들과 함께 톈안먼 성루에 올라 시진핑 국가주석과 열병식을 참관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톈안먼 성루에 오르는 것은 중국에서 최고의 예우로 간주된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시 주석을 가운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자리를 나란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지도자가 성루에 오른 것은 김일성 주석이 1954년과 59년 국경절 열병식에 참석한 두 차례 정도라고 한다. 중국 정부가 박 대통령을 예우하는 이런 모습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열병식 전날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이런 점에서 기대가 크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 것처럼 중국과의 협력관계, 한반도에서의 중국의 역할, 독립항쟁 역사 등에서 공감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만 불가피하게 논란이 될 중국경사(傾斜)론은 정부가 앞으로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숙제다. 당장 일본 언론들은 우리 정부의 중국 중시가 한층 부각됐느니, 서구 선진국 정상들의 참가보류 속에 박 대통령만 돌출했느니 하며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한중외교의 성과가 10월 한미 정상회담까지 선순환으로 이어져 동북아에서의 우리 외교가 한 단계 더 성숙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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