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문헌에 나오는 ‘장미’는 ‘해당화’입니다.”
김규원(70) 영남대 명예교수가 27일 삼국시대 문헌과 유적, 유물, 설화를 바탕으로 당시 식물을 소개한 ‘이천 년의 꽃-삼국시대의 107가지 식물 이야기’를 출간했다. 원예학자인 김 교수는 4년여 동안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택리지 등 고문헌 20여 권을 고증, 당시의 원예식물과 곡물, 천연염색 소재인 특용작물, 가상식물 등을 다룬 책을 펴냈다.
한해살이풀, 여러해살이풀, 작은키나무, 큰키나무 4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장식으로 쓰인 마름과 국거리로 쓰인 명아주, 시의 소재인 원추리와 접시꽃, 여심을 상징하는 동백나무와 꽃의 왕으로 등장하는 모란, 설화의 소재로 쓰인 백목련과 자목련 등 삼국시대 식물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소개돼있다.
김 교수는 “삼국시대 사람들은 눈으로 즐기는 관상용과 입맛을 돋게 하는 먹을거리, 아름다운 색상의 의복소재 등 식물을 다양하게 활용했다”며 “식물을 의인화한 설총의 ‘화왕계’를 보면 ‘장미’가 자신을 소개하는 대목이 나오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해당화’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국시대에는 복사꽃과 오얏꽃이 나라 전체에 피어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을 것”이라며 “텃밭 하나 없는 아파트에 사는 현대인 입장에서 삼국시대는 부럽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1982년부터 영남대 원예학과 교수로 재직한 그는 ‘꽃과 화훼’와 ‘교양 원예’ 등 저서 20여 권과 140여 편의 논문을 저술했으며 농림부로부터 제1회 화훼연구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천년 경주의 고도라는 경주에 들어서면 삼국시대 문헌에는 없는 왕벚나무 등이 심어져 있어 원예학자의 시각에서 옛날 도시라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며 “도시를 디자인할 때 식물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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