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언 셰퍼드 레슬리(9세)는 예전과는 다르게 움직임이 둔해졌다. 식욕도 없어지고 몸에서 냄새도 나고 털의 색도 옅어져 갔다. 레슬리의 견주는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자신의 반려견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이 커졌다. 사랑하는 반려견이 나보다 빨리 늙어가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반려견의 노화를 마냥 지켜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노령견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어떤 게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은 자세다.
우선 반려견이 나이가 들면서 식욕이 없다면 반려견의 입을 벌려 치석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치주염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치주염이 있는 노령견은 사료를 먹을 때마다 통증이 생겨 배가 고파도 사료를 안 먹을 수 있기 때문. 사료의 냄새를 맡고 먹으려고 하다 이내 금방 포기한다면 치아의 상태를 바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요크셔테리어나 푸들의 경우 치석이 다른 견종에 비해 심할 수 있다. 또 치석이나 당뇨병, 신부전증 등 다른 질병으로 인해 입 냄새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입 냄새가 난다면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반려견의 몸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 그렇다고 목욕을 예전보다 더욱 자주 시키는 것은 반려견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 피부가 건조해질 수 있다. 따라서 반려견의 몸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를 먼저 알아보아야 한다. 항문낭이 막혀있거나 염증이 있지는 않은지, 귀 속이 너무 더럽거나 염증이 생기진 않았는지, 피부의 상태에 이상이 생기진 않았는지 수의사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면 반려견의 몸에서 나는 냄새도 한결 줄어들 것이다. 질병에 의한 냄새가 아니라면 매일 규칙적으로 반려견의 털을 빗겨주고 온몸에 부드러운 마사지를 해준다. 이는 피부의 혈액순환을 돕고 몸의 이상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다.
반려견이 8~10살쯤 되면 운동량이 감소하면서 요구되는 칼로리량 역시 적어진다. 만약 에너지원이 사용되지 않고 몸에 축적된다면 과체중이 되고 과체중에 의한 합병증 (당뇨병, 심장병, 혈액순환계 질병, 관절염 등)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단순히 사료의 양을 줄이기보다는 노령견에 맞는 사료나 식단을 제공해주는 것을 추천한다. 신장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미네랄인 인(Phosphor)의 양을 최소화하고 필요 이상의 단백질량을 피한다. 또 사료를 여러 차례 나눠서 주는 게 좋다. 노령견이 젊을 때보다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은 비타민이다. 단, 어떤 비타민을 더 많이 제공해줄지는 주치 수의사를 찾아 상담하고 결정하여야 한다. 이는 반려견 건강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령견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소화불량이다. 변비가 생기면 평소보다 물을 적게 먹는지 확인해본다. 만약 음수량이 줄었다면 사료를 물에 불려서 주거나 습식을 주도록 하자. 만약 변비현상이 이틀 이상 지속된다면 동물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반려견이 중성화 안 된 수컷일 경우 전립선이 비대해져서 장을 누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혜원 수의학박사·유럽수의임상행동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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