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손님 같다. 매년 마주치지만 대개 소리뿐이다. 말이랍시고 하는 것 같은데 사람의 말은 아니다. 음악이라 여길라치면 박자는 분명하되 딱히 선율적으로 고르진 않다. 폴딱폴딱 뛰는 꼴은 이미 익숙해진 해찰이 아니었다면 진저리 날 만큼 경망과 잔망 사이다. 그래도 매번 반갑다. 그 자그마한 설침을 보자 하면 사람이 자연을 후려치고 배반하는 듯 보여도 자연 앞에선 사람 따위 그저 자연의 일부이지 무에 대단할 게 있냐 싶다. 그런 자각은 논밭의 식물들만 봐도 명백해지는 사실들이다. 사람이 제 아무리 해석과 실험이 궁극에 달한다 한들 견딜 수 있는 자연의 법도는 결국 사람이 저지른 오류의 극한일 뿐이다.
귀뚜라미 소리는 조금 그렇다. 주로 사람이 혼자임을 일깨우는 듯하다. 가까운 듯 멀고, 시끄러운 듯 고요하다. 그 비슷한 기분 느끼게 한 과거의 어떤 사람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마음은 쓰라리기도 전에 마음 바깥에 있다. 귀뚜라미 모양을 보면 무슨 안테나 같기도 하다. 한철 나타났다가 온 힘을 다해 뭔가를 저 세상으로 알려주는 간첩 같지 않나. 이편의 자연을 저편의 첩보라 여겨 송신하는 게 임무라면 그들의 사명은 인간의 배리와 편견과는 또 다른 악무한(惡無限) 아닐까.
모두 넘겨짚는 말이고, 그들에 대한 멋대로의 해석인 줄 안다. 그래도 만나면 반갑다. 겨울 오기 전에 건배라도 합세, 귀 선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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