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소곤대는 밤거리에서 영난꽃을 파는 아가씨를 만날 수 있을까?
아직도 홍콩 하면 1950년대의 명곡 ‘홍콩아가씨’를 흥얼거리는 건 인지상정. 설레는 마음으로 간 그 곳에 꽃 파는 아가씨는 없었다. 대신 더욱 진화한‘쇼핑과 미식의 유혹’이 있었다. 의외의 여유로움이 있었다. 99년간의 영국 식민 지배로 동서양의 정취를 함께 품고 있는 홍콩만의 특별한 매력들을 짚어봤다.
# 홍콩엔 있다!
▦ 유럽풍의 한적한 해변이 ‘있다’
홍콩 속의 유럽풍 해변으로 알려진 리펄스베이는 휴양과 피서를 즐길 수 있는 휴가철 핫 플레이스다. 홍콩섬 센트럴 지역에서 버스를 이용해 남쪽으로 40분 가량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이곳은 탁 트인 해변 뒤로 산이 가로막고 있어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배산임수의 풍수지리 조건도 갖추고 있어 홍콩의 부호와 스타들이 거주하는 최고급 맨션들도 들어섰다. 특히 최근에는 고급 레스토랑과 각종 매장을 갖춘 ‘더 펄스’의 입주가 이뤄져 관광객들의 편의까지 충족시킨다. 이곳에서 차량으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한 스탠리베이에는 한적한 해안가를 따라 노천카페가 즐비해 있어 여유 있는 오후를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 폭우가 쏟아져도 여행 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하는 홍콩의 날씨에 당황할 필요는 없다. 세계적 금융사가 즐비한 센트럴 지역의 경우 잦은 태풍과 갑작스런 폭우로 인한 업무 지장을 줄이기 위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를 꾸준히 설치해왔기 때문이다. 여행 기간 중 악천후를 만난다면 공항고속전철(AEL)과 선착장 등 관광 교통의 중심이자 쇼핑몰과 업무타운 기능을 함께 하는 IFC몰 인근 중심으로 일정을 짜보자. 태풍 속에서도 비 한 방울 안 맞고 여행을 즐기는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다.
▦ 힘 안 들이고 전경을 볼 수 ‘있다’
작은 면적 속에서 동방과 서방을 잇는 물류?여객?금융의 거점 역할을 해온 홍콩의 이채로운 풍경을 한 눈에 감상하고 싶다면 빅토리아 피크를 추천한다. 높이 552m로 홍콩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1888년 개설된 ‘피크 트램’을 이용하면 힘 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센트럴 선착장 앞에 높이 60m의 홍콩대관람차가 오픈 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에어컨이 설치된 곤돌라 한 칸에 최대 8명이 탑승 가능하며 홍콩 센트럴 지역과 바다 건너 구룡 반도의 경치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홍콩엔 없다!
▦ 와인에 붙는 세금이 ‘없다’
홍콩은 최근 수년 사이 와인 애호가의 천국으로 거듭났다. 2008년, 기존 80%에 달하던 주세를 30도 이하의 주류에 한해 세금을 면제하며 2009년 무려 200% 이상의 와인시장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시기부터 시작된 ‘와인&다인 페스티벌’은 더 큰 기폭제가 됐다. 이 축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다. 오는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구룡 지역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뉴센트럴 하버프론트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200개의 와인 부스와 100개의 음식 부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국내에 잘 알려진 프랑스 보르도의 고급 와인부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신대륙의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어 벌써부터 와인 애호가들의 시선을 끈다.
▦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없다’
중국 본토와 연결된 침사추이와 홍콩섬 센트럴 지역을 자동차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몇 안 되는 해저터널을 이용해야 한다. 영국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다리를 건설하지 못한 탓이다. 현지 가이드 마리 옌 씨는 “1901년까지 영국 여왕으로 재위했던 빅토리아의 얼굴에 흠집을 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 홍콩 시가지를 잇는 다리를 건설이 불허됐다”고 설명했다. 자연히 출퇴근시간 교통대란은 일상이 됐지만 일반 시민과 관광객들에겐 수상 셔틀버스 격인 ‘스타 페리’가 대표적 이동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이 크루즈는 우리 돈 500원이 채 되지 않는 운임으로 약 10분 만에 두 지역을 연결해준다. 수상에서 즐기는 홍콩의 낭만은 덤이다.
▦ 홍콩독감은 이제 ‘없다’
국내의 메르스만큼 홍콩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공포로 다가왔던 홍콩 독감은 사실상 종료됐다. 우리 외교부는 홍콩 내 독감 환자와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자 지난달 9일 ‘여행 유의’에 해당하는 남색경보를 발령했지만, 8월 들어 홍콩 내 독감 의심환자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양성 판정 비율이 10% 이하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호전되자 지난 13일 경보를 해제했다. 스캇 권 홍콩관광청 한국지사장 역시 “홍콩 독감 우려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라며 “가장 효율적이고 낭만적인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신시아 렁 홍콩관광청 홍보본부장은 “기존 홍콩관광의 주력 테마였던 쇼핑과 미식 외에도 재방문자를 늘리기 위한 정부 유관기관들이 전략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길지 않은 이동 거리로 최고의 낭만을 누릴 수 있는 도시”라고 설명했다.
홍콩=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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