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5위 싸움'에 빨간 불이 켜진 한화에 깜짝 카드가 등장했다. 두 외국인 투타의 활약에 시들어 가던 5위 싸움도 다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한화 외국인 타자 폭스(33)는 지난 26일 대전 삼성전에서 2회말 대타로 출전해 우익수로 뛰다 6회초부터 포수 장비를 차고 나섰다. 이날 선발 포수로 나섰던 조인성은 1회 초 수비 때 정범모와 교체됐고, 정범모는 5회 대타 정현석과 바뀌면서 엔트리에 들어있던 포수를 모두 사용했기 때문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의 선택은 외국인 타자 폭스였다.
폭스는 연장 11회 경기가 끝날 때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투수 김민우, 권혁과 호흡을 맞추면서 6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10-9 끝내기 역전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6위 한화는 5위 KIA의 승차를 1경기로 줄였다.
폭스는 연장 11회초 수비 때는 박한이의 2루 도루를 저지하는 등 포수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김성근 한화 감독은 "폭스를 테스트로 기용했는데 상상 외로 잘해줬다. 앞으로 기용폭이 넒어질 것 같다"며 합격점을 줬다. 배터리를 이뤘던 김민우는 "폭스가 덩치가 커서 그런지 스트라이크존도 커 보였다. 조인성 선배님이나 다른 (포수) 선배님들처럼 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후반기 들어 완연한 하락세를 타고 있는 한화로서는 천군만마의 등장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32경기, 마이너리그에서 323경기를 포수로 나섰던 폭스는 이달 중순 부상에서 복귀한 뒤 포수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포수 자리에 대한 애착도 있다. 폭스는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은 포수다. 투수를 이끌고, 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조정해주면서 경기를 풀어 나가는 게 좋다"고 밝혔다. 보통 야수가 포수로 경기 중 깜짝 등장할 때는 팀 내 동료 포수들의 장비를 빌려 쓰지만, 이날 폭스는 구단에서 미리 지급해준 자신의 장비를 차고 나올 만큼 준비도 돼 있었다.
폭스가 포수를 소화하게 되면서 한화는 남은 경기에서 더 여유 있는 선수 운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시즌 내내 과감한 선수 기용으로 돌파구를 만들어왔던 김성근 감독에게 '테스트를 통과한' 폭스는 만점 짜리 카드다. 이날 타석에서도 6타수 4안타 1홈런으로 폭발하면서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미 넥센이 보여준 사례도 있다. 넥센은 지난해 외국인 외야수 로티노를 밴헤켄의 전담 포수로 활용하며 라인업의 다양성과 공격력까지 모두 확보했다. 다른 자리에 비해 포수가 약해 고민이었던 넥센은 포수 로티노의 등장으로 분위기 반전까지 이뤄내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
5위 싸움을 위해 갈 길이 먼 한화의 기대도 크다. 한화는 이달 초 합류한 대체 외국인 투수 로저스(30)가 연일 호투를 이어가며 무너진 선발 마운드를 지탱하고 있다. 로저스는 4경기에서 완투 3번(완봉 2번 포함)에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31의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여기에 폭스까지 맹활약을 이어간다면 타선 강화와 함께 다양한 전술까지 더해 5위 싸움의 재점화를 노릴 수 있다.
사진=한화 폭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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