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벼랑 끝에서 살아난 심정이지만 여전히 마음은 편치 않다.
26일 KIA전에서 정상호의 끝내기 홈런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도 김용희 SK 감독은 웃을 수 없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심각한 타격 부진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고 실제 나아질 기미는 안 보였다. 앞선 3경기에서 SK 타선이 뽑은 점수는 고작 1점. 이날 6회 정의윤이 솔로 홈런을 치기 전까지 23이닝 무득점, KIA전에서는 26이닝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SK의 최근 패턴은 전형적인 안 풀리는 팀을 보여줬다. 최근 9경기에서 2승7패를 거두는 동안 타율은 0.192로 바닥을 찍었다. 그나마 마운드의 힘으로 버텨봤지만 결국 후반부에 무너졌다. 이 기간 구원 투수 평균자책점은 2.95로 10개 팀 중 가장 뛰어났다.
SK 불펜은 자원이 넘친다. 마무리 정우람을 축으로 윤길현-신재웅-박정배-박희수가 포진했다. 윤길현과 박희수는 소방수 경험도 있는 '믿을맨'이다. 그러나 정우람과 박희수가 한 차례씩 블론 세이브를 했다. 또 박정배는 지난 25일 0-0으로 맞선 연장 10회 결승점을 내주고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 선발 김광현의 갑작스러운 어깨 담 증세로 박희수를 선발로 내보내 불펜 요원들로 승부를 팽팽하게 끌고 갔지만 역투에도 답 없는 타선 탓에 뼈 아픈 패배를 또 떠안았다.
SK의 최강 불펜도 이렇게 되면 지칠 수밖에 없다. 9경기 중 윤길현과 박정배, 박희수는 5차례 등판했다. 왼손 신재웅은 7번이나 나갔다. 추격조 전유수와 박민호 또한 5번씩 마운드에 올랐다. 김원형 SK 투수코치는 "투타 엇박자가 나면 불펜진은 고충이 크다. 많이 던져 몸이 힘들다는 것보다 마음이 힘들다. 지는 상황이나 팽팽히 맞설 때 나가면 잘 막아도 본전이다. 반대로 못 막으면 상당한 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김원형 코치는 가급적 불펜 투수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깨끗한 상황에 내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가 아닌 주자가 없을 때 마운드에 올려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하는 배려 차원이다. 그는 "마운드에서 힘은 다 쓰는데 결과가 안 나오면 투수는 허무할 수 있다"면서 "때문에 이기는 경기가 많이 나와야 힘도 더욱 생긴다"고 설명했다. 상대팀인 KIA 필승조는 최근 좋은 분위기 속에 서로 잘 던지며 홀드와 세이브가 따라와 동반 시너지를 냈다. 김 코치는 "우리 팀도 반등의 계기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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