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성루 오르는 게 최고 예우"
푸틴과 시진핑의 좌우에 설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이 9월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로 최종 결정된 가운데 톈안먼(天安門) 성루에서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어느 쪽에 설 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중국이 공개한 열병식 참석 외국 지도자는 모두 30명이다. 이 중 박 대통령은 국력이나 국제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가장 중요한 귀빈이라는 게 외교가 평가다. 경화시보에 따르면 중국 열병식 행사 시 최고의 예우는 중국 최고 지도자와 함께 톈안먼 성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하는 것이다. 루페이신(魯培新) 전 중국 외교부 의전사(司ㆍ우리의 국) 사장은 “(외국의 귀빈은) 톈안먼 성루에 오르는 게 최고의 예우”며 “이외 외교 사절 등은 성루 아래 관람대에서 열병식을 보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톈안먼 성루에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시 주석의 좌우에 서게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 주석의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이 자리하고 왼쪽에 박 대통령이 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통상 오른쪽이 상석이다.
이 경우 중국과 남북한 관계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역사적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톈언먼 성루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 옆자리는 북한 차지였다. 김일성 주석은 1954년10월1일 신중국 성립(건국) 5주년 국경절 열병식 당시 톈안먼 성루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의 오른쪽에 서 열병식을 지켜 봤다. 김일성 주석은 59년 건국 10주년 열병식에서도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시 주석의 바로 옆에 선다. 열병식에 참석하는 북한의 최룡해 노동당 비서(중앙정치국 위원)도 톈안먼 성루엔 오르지만 시 주석의 옆 자리에 설 가능성은 없다. 최 비서를 제외한 다른 29명의 외국 지도자는 모두 국가 수반이나 총리, 부총리 등이다. 다만 중국이 최 비서를 외국 지도자 반열로 대우한 점은 주목된다. 중국이 그 동안 악화일로를 걸어 온 북중 관계의 개선을 위해 최 비서에게 파격적 예우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국에선 벌써부터 박 대통령을 ‘퍄오다제’(朴大姐ㆍ박근혜 큰누나, 큰언니)란 애칭으로 부르면서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는 시 주석이 중국에서 누리꾼들에게 시다다(習大大ㆍ시진핑 아저씨)로 불리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유친티리’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박 대통령이 체면을 세워줬다, 아이폰을 삼성 휴대폰으로 바꿔야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가오하오룽(高浩榮) 세계문제연구센터 연구원은 신화통신에 “한국은 지혜로웠다”며 “먼저 미국 방문 일정을 발표한 뒤 방중 계획을 밝혀, 미국에게 죄를 짓지 않으면서 중국의 찬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51개국 중 일본 이외에도 필리핀이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전승절 기념행사에 우리 군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행사에 참가하는 우리 군 대표단 주요 인사는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국방부 국제정책차장, 합참 군사협력과장 등 3명이다. 우리 군 대표단이 열병식에 참석할지는 아직 미정이다. 전승 기념행사 이후 한중 국방부간 핫라인 개통여부에 대해서 국방부는 “한중 국방부간 직통전화 개통 시기ㆍ방법은 현재 양국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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