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타계한 노벨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의 유고집이 25일 독일에서 출간됐다. 그라스가 노환으로 병상에 누워 죽기 직전까지 써온 글들을 묶은 ‘폰네 엔트리히카이트’(Vonne Endlichkaitㆍ슈타이들 발행)가 28일부터 시판된다고 독일 언론들이 전했다.
책 제목은 그라스의 출생지인 옛 동(東)프로이센 단치히(현 폴란드 그단스크) 방언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유한함에 대하여’라는 뜻이다. 176쪽 분량의 책에는 늙어가는 것과 상실, 유한한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은 시와 산문, 직접 그린 삽화 65점이 담겨 있다. 출판사 대표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책은 그라스가 남긴 감동적인 이별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라스의 친구인 슈타이들은 1993년부터 그라스 작품의 전세계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주간지 슈피겔은 온라인판 기사에서 이 책의 첫인상을 “유머로 가득한 이별-그리고 독일의 현재에 대한 발언”으로 요약했다. 인생과 죽음을 얘기하지만 글이 경쾌하고 “(인생의)수많은 싸움을 마친 노작가의 달관”이 묻어난다는 평이다. 중부독일방송(MDR)은 “많은 짧은 글들을 묶었지만 전체적으로 명징하고, 당긴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고 전했다.
그라스는 이 책에 담긴 ‘우리는 무엇 안에 어떻게 눕게 되는가’라는 산문에서 관(棺)을 소재로 삶과 죽음을 유머러스하게 얘기한다. 자신과 부인이 실제로 들어가 누워 본 두 개의 관(棺) 삽화도 곁들였다. 독일의 현실과 정치에 대한 글들도 있는데, 늘어나는 독일 내 외국인 혐오증에 대한 비판, 그리스에 가해진 가혹한 긴축정책에 대한 반대 글도 있다.
슈타이들은 “그라스의 침대 밑에 숨겨진 다른 원고는 더 없다”면서 이 책이 그라스의 마지막 저서라고 말했다. 다만, 그라스의 일기장을 토대로 한 책을 향후 출간할 생각이라고 그는 밝혔다. 이 책은 작가의 일기장에서 여러 사안, 특히 정치적 문제들에 대한 개인적 생각들을 발췌해 모은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MDR은 전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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