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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배움터 지킴이는 근로자?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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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배움터 지킴이는 근로자? 자원봉사자!

입력
2015.08.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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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예방 위한 '자원봉사' 신분

지난해부터 "우리도 근로자" 줄소송

시교육청 피고 사건만 1·2심에 30건

학교폭력 예방 등을 위해 매일 아침 ‘출근’해 순찰을 하고 등하굣길 정문지도와 교통안전지도를 하는 학교 배움터지킴이. 매달 실비보상을 명목으로 일정액을 받는데 근로자인지 자원봉사자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을 위해 퇴직경찰관 등을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법원 판결에 따라 전국적으로 수백억원의 비용부담을 초래할 수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대구지방법원 항소심재판부는 1심에서 배움터 지킴이를 ‘근로자’로 판단한 것을 뒤집고 ‘자원봉사자’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대구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지난해 5월 양모씨가 대구시교육청과 2개 사립학교법인을 상대로 임금 등 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최근 원고패소(시교육청 승소)판결했다. 비슷한 시기에 항소심 선고가 난 2건의 재판에서도 법원은 배움터 지킴이는 근로자가 아닌 자원봉사자라며 시교육청 손을 들어 주었다.

재판부는 배움터 지킴이 모집공고 당시 자원봉사자로 위촉, 운영한다는 원칙을 명기했고, 특별한 복무규정이나 인사명령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들에게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는 청소년 육성ㆍ보호, 교육ㆍ상담, 범죄예방과 선고, 교통ㆍ기초질서계도 등 공익을 위해 자원봉사의 일환으로 참가해 활동한 것이고, 피고들 역시 자원봉사자로 원고를 선발해 처우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배움터 지킴이도 근로자”라며 지난해 5월 대구시교육청 등을 상대로 3년 4개월간 최저임금과의 차액과 연차유급수당, 퇴직금 등 1,68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배움터 지킴이는 지금처럼 그대로 운영될 수 있지만, 다시 뒤집힐 경우 제도운영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5월 현재 대구지역 지킴이만 학교별로 2명씩 모두 780명에 달하고 전국적으로 수천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역에 따라 한 달에 22만~66만원을 받고 있어 근로자로 인정돼 최저금임법 적용을 받게 될 경우 그 차액은 연간 수백억으로 추산된다.

8월 현재 양씨와 같은 이유로 대구시교육청을 피고로 계류중인 소송만 1심 18건, 항소심에는 이번에 선고난 3건을 포함해 12건이나 된다. 이들 12건은 1심에서 모두 원고승소판결이 난 것들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들을 ‘근로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어 양씨 등이 상고할 경우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록 근로계약서가 아닌 봉사협약서(위촉장)를 작성했지만 형식보다는 내용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정해져 있고 ▦별도의 근무수칙을 정해 준수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근무시간준수, 복장 등) ▦매일 활동일지를 작성하고 결재를 받는 점 ▦지급받는 보수가 실비변상 개념보다는 근로의 대상으로 받는 금품으로 볼 수 있는 점 들을 고려할 때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지킴이들이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과 연차유급휴가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 자원봉사자일 경우 한 달에 최고 66만원만 지급하면 되지만 근로자로 인정되면 올해 최저임금(시급) 5,580원 기준으로 주 40시간을 근무하면 월급은 116만6,220원이 된다. 이와 별도로 퇴직금도 지급해야 한다. ‘실비보상금’과 ‘임금’ 차액과 퇴직금, 각종 수당을 고려하면 1인당 추가지급해야 할 금액이 연간 600만원 이상, 전국적으로 200억~3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대구시교육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까지 학교별로 1명씩이던 지킴이를 2명씩 늘리고, ‘봉사료’도 1인당 하루 3만원에서 1만원으로 대폭 낮웠다. 1인당 ‘봉사’ 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여 ‘자원봉사’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다. 다른 시ㆍ도교육청은 아직 대부분 학교별로 1명인 경우가 많고,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행정소송, 민사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배움터지킴이를 모집할 때부터 자원봉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위촉장을 주었다”며 “분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올해부터는 순찰일지 작성도 없애는 등 순수한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김강석기자 kimks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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